【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재용)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성 담당변호사 박용석)
【원심판결】
부산지법 2005. 4. 29. 선고 2003나1351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배수로 철거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당초 이 사건 토지에 진입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이를 매입한 점, 원고는 1989. 8. 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았으나 1991. 8. 그 인가가 취소되었을 뿐 아니라 그 후에도 진입로를 확보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10년 이상이나 아파트 건설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점, 이 사건 토지 대부분은 자연녹지지역으로 아파트 건설은 불가능하고, 건축이 가능한 부분에 대하여 관련 법령상 건폐율 및 용적률의 최대치를 적용해도 24평형 20세대 정도밖에 건축할 수 없어 아파트 건설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도 불가능한 점, 현재 이 사건 토지는 아무도 점유하거나 관리하고 있지 않은 반면 피고의 주위토지상에 건설된 아파트는 이미 준공검사까지 마친 상태인 점, 원고 주장대로 폭 6m의 통행로를 인정한다면 피고의 토지 위에 건축된 옹벽의 일부까지 철거하여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향후 이 사건 토지상에 2개동 200세대 아파트를 신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토지상에 원고가 건축허가를 받기 위하여 필요한 폭 6m의 통행로를 보장하는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가 주위토지통행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는 사람이 이 사건 토지에서 공로에 출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소의 물건을 운반할 정도의 폭이 확보되고, 피고로서도 그 소유지상에 건축된 아파트 내부의 사용을 방해받지 않는 범위인 피고 토지에 설치된 옹벽 바깥 부분(약 3~6m 정도의 폭)으로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그 통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옹벽 바깥 부분에 설치한 배수로 중 위 통행권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 있는 부분을 철거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원고의 상고이유 중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면, 원고가 맹지인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한 경위 및 그 후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이 없었고 이 사건 토지상에 대규모의 아파트 건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넉넉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원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원고의 상고이유 및 피고의 상고이유 중 각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원고에게 인정한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에 관하여, 원고는 그 범위가 너무 작다고 다투고, 피고는 반대로 그 범위가 너무 넓다고 다투면서, 각각 원심의 조치에는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므로, 이 부분 원고와 피고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건축 관련 법령에 정한 도로 폭에 관한 규정만으로 당연히 피포위지 소유자에게 그 반사적 이익으로서 건축 관련 법령에 정하는 도로의 폭이나 면적 등과 일치하는 주위토지통행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법령의 규제내용도 그 참작사유로 삼아 피포위지 소유자의 건축물 건축을 위한 통행로의 필요도와 그 주위토지 소유자가 입게 되는 손해의 정도를 비교형량하여 주위토지통행권의 적정한 범위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대법원 1992. 4. 24. 선고 91다32251 판결, 1994. 2. 25. 선고 93누20498 판결 등 참조), 그 범위는 현재의 토지의 용법에 따른 이용의 범위에서 인정되는 것이지 더 나아가 장차의 이용상황까지 미리 대비하여 통행로를 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다33433, 33440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사실관계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다면, 원고에게 그 주장과 같은 아파트 건축에 객관적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고 장래의 이용상황도 불투명하여 원고의 아파트 건축을 위한 폭 6m의 통행로의 필요도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보이는 반면, 이미 준공검사까지 받은 아파트 단지의 옹벽을 헐어내면서까지 폭 6m의 통행로를 확보하여 주는 것은 주위토지의 소유자인 피고에게 지나친 손해를 강요하는 것이 됨은 명백하므로, 원심이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위하여 피고 소유의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하면서 그 범위를 원고가 주장하는 폭 6m 전부로 정하지 아니하고 피고 소유의 주위토지에 설치된 옹벽 바깥 부분만으로 정한 조치에,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그 범위를 너무 적게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원심이 원고에게 통행권을 인정한 범위는 피고 소유의 주위토지 중 그 지상에 성토되어 건축된 아파트 단지에서 옹벽과 철망으로 경계 지워진 바깥 부분으로, 위 토지보다 더 고지인 피고 소유의 이 사건 토지로부터의 배수를 위하여 설치한 배수로와 관련한 사항 외에는 그 지상에 건축된 아파트 주민들이나 피고의 직원들이 통행하거나 사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부분이라고 할 것이므로, 앞서 본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에 따라 원고의 통행로의 필요도와 피고의 손해의 정도를 비교형량하여 볼 때,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에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그 범위를 너무 넓게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원고와 피고의 각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4. 피고의 상고이유 중 배수로 철거에 관한 법리오해 내지 심리미진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가 판시하는 범위 안의 토지에 관하여 원고에게 주위토지통행권이 있다고 판시하면서, 그 부분의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피고에게 그 토지 안에 설치되어 있는 배수로의 철거를 명하고 있으나 이 점은 매우 의문이다.
민법 제219조 제1항 본문에 의하여 주위토지통행권자가 통로를 개설하는 경우 통행지 소유자는 원칙으로 통행권자의 통행을 수인할 소극적 의무를 부담할 뿐 통로개설 등 적극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통행지 소유자가 주위토지통행권에 기한 통행에 방해가 되는 담장 등 축조물을 설치한 경우에는 주위토지통행권의 본래적 기능발휘를 위하여 통행지 소유자가 그 철거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며(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다5238, 90다카27761 판결, 2006. 6. 2. 선고 2005다7014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는 때에도 그 통로개설이나 유지비용은 주위토지통행권자가 부담하여야 함은 물론, 그 경우에도 민법 제219조 제1항 후문 및 제2항에 따라 그 통로개설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여야 하고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에게 위 배수로의 철거를 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배수로가 과연 철거를 명할 정도로 통행에 방해를 줄 것인지 여부를 심리하여야 할 것이고, 나아가 통행에 방해가 된다고 인정된다 하더라도 배수로의 원래의 기능이 무엇이며 이를 철거하는 경우에 피고가 받는 불이익이 무엇인지도 심리·교량한 다음, 그 배수로를 철거하지 않고 교량을 설치하든가 이를 복개하는 방법으로 통행 장애를 극복할 방법이 있다면 그러한 방법을 택함이 합리적일 것이며, 이 경우 그에 필요한 비용은 통로의 개설에 필요한 비용으로서 원고가 부담할 성질이라 할 것이고(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2다53469 판결 참조), 궁극적으로 배수로를 철거하지 않으면 통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이를 철거하는 비용을 과연 피고로 하여금 부담하게 할 것인지 여부도 매우 의문이므로 이 점에 관해서도 더 심리가 필요하다 하겠다(배수로를 철거하는 방법으로 단지 흙 등으로 매립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면 이는 전체적으로 통로개설에 필요한 비용으로서 원고가 부담할 것으로 못 볼 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심리에 나아가지 아니한 채 아무런 이유의 설시도 없이 바로 피고에게 배수로 철거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원심의 조치에는, 주위토지통행권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불비 내지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논지는 이유 있다.
5.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배수로 철거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고,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고현철 양승태(주심) 김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