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민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05. 3. 30. 선고 2004노421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80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3. 7. 16.경 피해자 종중 회장인 공소외 1로부터 종중 소유의 양주시 장흥면 (주소 생략) 소재 임야 28,660㎡(이하 '이 사건 임야'라고 한다)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 사건 임야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피해자 종중을 위해 보관하던 중,
(1) 2004. 3. 31.경 삼화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를 담보로 6천만 원을 대출받아 보관 중 이를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하고,
(2) 2004. 6. 16.경 하나은행으로부터 개인적인 용도로 1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이 사건 임야에 채권최고액 1억 2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임의로 설정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인정 및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피해자 종중의 규약에 의하면, 종중 소유 부동산의 처분에 관한 사항은 총회에서 정하고, 총회는 종원의 2/3 이상의 출석으로 성립하고 출석 종원의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실, 피해자 종중 소유이던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2003. 7. 16.경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는데, 그 등기이전시 첨부된 종중 총회결의서(이하 '이 사건 결의서'라고 한다)에 의하면 2003. 5. 25. 종원 총수 4명 중 3명(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 출석한 상태에서 종중총회를 개최하여 출석 종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이 사건 임야의 처분을 찬성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그런데 2003. 당시 피해자 종중의 종원은 회장인 공소외 1과 그 장남인 공소외 4를 포함하여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 등 모두 8명이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결의서상 피해자 종중의 종원 8명 중 3명만이 출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위 3명의 종원들 중 공소외 2, 공소외 3은 실제 종중총회에 참석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사전에 직·간접적으로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처분권한을 공소외 4에게 위임한 것으로 보이고, 공소외 6과 공소외 7은 나이가 비교적 젊고 평소 종중 일에 전혀 관심이 없던 자들로서 이 사건 임야가 피고인에게 이전된 데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4는 종원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이 사건 임야를 피고인에게 이전하게 된 것으로서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3. 당원의 판단
가. 적법한 종중총회결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4가 작성한 이 사건 결의서상 출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3인의 종원 중 공소외 2와 공소외 3은 실제 참석한 적이 없음을 공소외 4 스스로 자인하고 있고, 공소외 1 또한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모든 권한을 공소외 4에게 위임한 적이 있다고만 하고 있을 뿐 실제 총회에 참석하였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아, 과연 그 무렵 실제 종중총회가 개최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공소외 6이나 공소외 7이 평소 종중 일에 무관심했다거나 이 사건 임야의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사전에 동의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보거나 그들을 종중총회 절차에서 배제시키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사정이 될 수 없다 할 것이고, 나머지 출석 또는 동의를 했다고 주장하는 종원들만으로는 종중규약에서 정하고 있는 의결정족수에 미달함이 계산상 분명하며, 달리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임야의 이전에 관하여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 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인이 보관자의 지위에 있는지에 관하여
횡령죄에서 '재물의 보관'이라 함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그 보관은 소유자 등과의 위탁관계에 기인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그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관계이면 족하고 위탁자에게 유효한 처분을 할 권한이 있는지 또는 수탁자가 법률상 그 재물을 수탁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는 것이고, 한편,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 있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는 동산의 경우와는 달리 부동산에 대한 점유의 여부가 아니라 법률상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1607 판결, 1989. 2. 28. 선고 88도1368 판결, 2000. 4. 11. 선고 2000도565 판결, 2004. 5. 27. 선고 2003도698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4를 통하여 담보대출을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임야를 이전받은 다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금원을 대출받아 임의로 사용하고, 나아가 자신의 개인적인 대출금 담보를 위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를 이전받는 과정에서 적법한 종중총회의 결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임야나 위 대출금에 관하여 사실상 피해자 종중의 위탁에 따라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임의로 위 대출금을 사용하거나 이 사건 임야에 관한 등기명의를 보유하게 됨을 기화로 임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는 피해자 종중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횡령죄에 있어 보관자의 지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이 공소장변경 없이 피해자 종중의 대표자를 공소외 4에서 공소외 1로 변경하여 인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조치로서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80일을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