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지법 2000. 11. 8. 선고 2000나3734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가. 형사상이나 민사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그 행위에 위법성이 없고,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5다카29 판결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원고는 피해아동에 대한 원심 판시와 같은 체벌을 가한 이틀 후인 1999. 4. 29. 그 부모를 만난 자리에서 3시간 여에 걸쳐 사죄하였고, 같은 해 5. 3. 피해아동의 어머니가 학교장을 찾아와 학교운영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학교장이 그 권한 범위 내에서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재조치로서 원고를 담임직에서 해임하고, 일정기간 수업지도권을 정지시키는 한편, 관할 교육청에 원고를 다른 학교로 전보발령하도록 내신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는 데에 동의하고 이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자리에서도 다시 한 번 피해아동의 어머니에게 사과를 하였다.
그런데 같은 달 19. 피해아동의 아버지가 학교장을 다시 찾아와 그 어머니가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한 동안 한 번의 병문안도 없었다는 이유로 괘씸해서 할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언론에 알리고 인터넷에도 올리겠다고 하면서 종전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던 의사를 번복하자, 원고가 같은 달 21. 피해아동의 집을 찾아갔으나 그 부모를 만나지 못한 채 돌아왔고, 같은 달 22. 및 25. 두 차례에 걸쳐 원고의 남편이 피해아동의 집을 찾아가 다시 사과를 하였음에도 피해아동의 아버지는 원고에게 사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고, 같은 해 5. 29. 및 6. 9. 원고 또는 원고의 남편이 피해아동의 아버지를 만나 다시 한 번 사죄하였다.
그러나 피해아동의 아버지는 같은 해 6. 17. 중간에 제3자를 내세워 원고에게 피해아동과 그 어머니의 기왕 치료비 및 향후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550만 원을 요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측에서 200만 원 선에서 합의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같은 해 7. 3. 원고를 고소하였다.
피고는 원심 공동피고 주식회사 경기북부신문사 소속 기자로서 피해아동의 아버지로부터 원고의 과도한 체벌사실에 대한 제보를 받고 피해아동 및 그 부모로부터 사건 경위에 대하여 진술을 듣는 한편, 사건 처리에 관여한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지부 지부장에게 사실 여부에 대하여 확인한 다음, 당사자인 원고의 진술을 듣기 위하여 학교에 원고의 연락처에 대하여 문의하였으나 학교측에서 이를 가르쳐 주지 않자 원고 등을 상대로 더 이상 피해아동측에서 주장하는 사건 발생 후의 경과에 대하여 확인하여 보지 아니한 채, 원고의 체벌사실과 함께 "피해아동의 어머니가 정신적 충격으로 쓰러져 입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전화 한 통 걸지 않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였다.", "오히려 원고가 학교측의 징계로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마음대로 할 테면 하라.’는 식의 적반하장의 태도롤 보이고 있다."고 하는 등 사건 발생 후 원고가 취한 태도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여 원고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여 소속 회사가 주간으로 발행하는 지역신문인 1999. 7. 19. 자 ○○○시민신문에 게재·보도케 하였다.
다. 이와 같이 원고가 사건 발생 후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아동의 부모를 찾아가 사죄하였고, 특히 원고에 대하여 교사로서는 극히 불명예스러운 담임직 해임 및 수업지도권 정지라는 제재조치가 결정된 후에도 이를 수용하고 피해아동의 어머니에게 다시 한 번 사과를 하였으며, 그 후 피해아동측의 피해보상 요구에 대하여도 나름대로 상당한 합의금을 제시하는 등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사죄와 함께 사건 수습을 위하여 노력을 기울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문제의 기사내용은 진실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나아가 피고로서는 피해아동측에서 원고를 상대로 형사고소까지 제기한 상황에서 피해아동 및 그 부모나 처음부터 피해아동측을 대변하여 온 학부모단체 관계자의 말만 듣고는, 학교측에서 원고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 이상 원고측의 해명을 들어 보려고 시도하지 않은 채 원고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기사를 게재한 것으로서, 피고로서는 문제의 기사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이와 같은 취지에서 그 기사의 일부는 진실하다고 볼 수 없으며, 피고가 그 기사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여기에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명예훼손에서 위법성조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점을 탓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제2점에 대하여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 특정을 위하여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36622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문제의 보도기사에서 비록 원고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모 교사’라고만 표현하였으나, 그 기사내용이 △모 교사가 ○○○시 소재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중, 과도한 체벌이 문제되어 담임직 해임, 학습지도권 박탈 및 타학교로의 전출 내신 등의 제재조치를 받았고, 피해아동의 아버지가 형사고소까지 하였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 이 기사를 읽어 본 사람 중 적어도 원고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기사에서 말하는 ‘△모 교사’가 원고를 지목하는 것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들어 원심의 판단을 비난하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송진훈(주심) 변재승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