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양재헌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문수 담당변호사 김태석
【원심판결】
울산지법 2021. 7. 22. 선고 2021고정11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피고인을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가. 경합범으로 동시에 기소된 사건에 대하여 일부 유죄, 일부 무죄를 선고하는 등 판결주문이 수 개일 때에는 그 1개의 주문에 포함된 부분을 다른 부분과 분리하여 일부상소를 할 수 있고 당사자 쌍방이 상소하지 아니한 부분은 분리 확정되므로, 경합범 중 일부에 대하여 무죄, 일부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무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한 경우,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하지 아니한 유죄판결 부분은 항소기간이 지남으로써 확정되어 항소심에 계속된 사건은 무죄판결 부분에 대한 공소뿐이며, 그에 따라 항소심에서 이를 파기할 때에는 무죄 부분만을 파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098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주거침입 및 상해 부분에 대하여 벌금 200만 원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항소하지 않았고 검사가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하여만 항소함으로써 위 유죄 부분은 분리 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한정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의 행위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촬영한 것임에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의 점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에서 정한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구체적으로 인격체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당하지 아니할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성적 자유’는 소극적으로 자기 의사에 반하여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
피해자가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분노·공포·무기력·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성적 수치심의 의미를 협소하게 이해하여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이 표출된 경우만을 보호의 대상으로 한정하는 것은 성적 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느끼는 다양한 피해 감정을 소외시키고 피해자로 하여금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을 느낄 것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피해 감정의 다양한 층위와 구체적인 범행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처지와 관점을 고려하여 성적 수치심이 유발되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촬영한 대상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는지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하는지를 고려함과 아울러,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상대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7007 판결 등 참조).
한편 이와 같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란 특정한 신체의 부분으로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촬영의 맥락과 촬영의 결과물을 고려하여 그와 같이 촬영을 하거나 촬영을 당하였을 때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도16258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2020. 8. 16. 06:40경 휴대전화기의 동영상 촬영기능을 미리 켜놓은 채 베란다를 통해 이 사건 주거에 침입하였는바, 당시의 계절과 시각, 주거의 형태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아직 잠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내밀한 옷차림으로 함께 있을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점, ② 피고인은 침입 직후 피해자 공소외 1이 상의를 완전히 탈의한 상태이고 피해자 공소외 2가 속옷만을 입은 채 밀착하여 있는 상황임을 인지하고도 계속하여 촬영을 감행한 점, ③ 피해자 공소외 2의 경우 비교적 얇은 이불로 몸을 감싸긴 하였으나 어깨끈으로 이루어진 흰색 속옷을 입은 상반신 일부와 무릎 이하 맨다리가 그대로 촬영되었고, 피해자 공소외 1의 경우 팬티만 착용한 전신이 촬영된 점, ④ 피해자 공소외 2는 피고인이 촬영하고 있음을 안 직후 자신의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을 이불로 덮으며 촬영을 회피하였는바, 피고인과 장기간 혼인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이미 한 달가량 별거 중인 데다 피고인도 그 무렵 위 피해자를 상대로 이혼의 소(울산가정법원 사건번호 생략)를 제기한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시각에 이루어진 피고인의 지극히 비정상적인 침입행위 및 피해자 공소외 1과 함께 내밀한 공간에 함께 누워 있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위 피해자가 수치스러움과 공포감을 느끼기 충분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더욱이 피고인은 피해자가 몸을 감싼 이불을 들춰내려고 시도하기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⑤ 피해자 공소외 1의 연령과 성별을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이 노출된 정도를 고려할 때 그 촬영행위가 위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으리라 단정하기는 매우 어렵고, 이러한 노출은 오로지 피고인이 저지른 대단히 비정상적인 침입행위에 이은 촬영행위로 유발된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촬영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