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2.7.29. 선고 91나5571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부분 중 손해배상예정액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 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각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이,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외 강원도 명의의 환매특약등기를 말소할 의사조차 없었음에도 원고를 기망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음은 옳고, 거기에 채증법칙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기망행위 및 계약해제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들은 모두 이유가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그 제1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를 보면, 원심은, 원고가 1989.12.29. 피고로부터 춘천시 (주소 1 생략) 잡종지 11,712㎡와 그 지상에 신축 중이던 공정 약 85%의 ○○관광호텔(이하 위 토지와 건축중인 건물을 일괄하여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 한다)을 금 9,200,000,000원에 매수하기로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720,000,000원 중 1차 계약금 400,000,000원은 계약 당일에, 2차 계약금 320,000,000원은 1990.1.30.에, 중도금 2,000,000,000원은 같은 해 2.25.에, 잔금 6,280,000,000원은 같은 해 4.30.에 각 지급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절차는 잔금지급일에 이행하되,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금을 반환하지 아니하기로 한다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약정한 사실을 인정하고서, 이 사건 계약은 원고가 계약금 720,000,000원과 중도금의 일부 금 94,300,000원만을 지급하였을 뿐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이를 이유로 한 피고의 같은 해 12.28.자 해제통고로 적법하게 해제되었으니, 피고는 원상회복으로 원고가 지급한 금액에서 위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공제한 금액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나, 한편 위에서 본 증거들에 갑 제2호증(메모지), 을 제4호증의 1(건축물대장), 2(등기부등본)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1의 증언 및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계약 당시 비록 계약의 내용은 아니었지만 원고에게 관광진흥자금을 대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 사실, 원고는 피고가 호텔 준공 전에도 소외 강원도 명의의 환매특약등기를 말소시키는 등 역량을 가졌음에 비추어 위 자금대출시 피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이 사건 계약에 이른 사실, 이 사건 매매대금은 금 9,200,000,000원이지만 중도금까지의 총액은 금 2,920,000,000원에 불과하였고, 잔금에서 나이트클럽과 오락실의 임대보증금, 은행대출금을 공제하기로 한 사실, 위 호텔은 같은 해 7.16. 준공되어 그 무렵 등기까지 마쳤으며, 그 후 시가가 상승되어 현재 금 20,000,000,000원 상당에 이르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이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매매가액의 약 8%에 육박하는 위 손해배상의 예정액은 과다하므로 이 사건 매매대금의 5% 상당인 금 460,000,000원으로 감액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민법 제398조가 규정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으로서, 그 목적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입증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쉽게 해결할 뿐 아니라, 채무자에게 심리적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려는 것이고, 한편 그 제2항에 규정된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제도는 국가가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 이 규정에 따라 법원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부당히 과다하다 하여 감액하려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위(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 관행과 경제 상태 등을 두루 참작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당원 1991.3.27. 선고 90다14478 판결 등 참조).
(3) 원심은 이 사건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다고 볼 수 있는 사유로서, ① 피고가 이 사건 계약 당시 비록 계약의 내용은 아니었지만, 원고에게 관광진흥자금을 대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 점, ② 원고는 피고가 호텔의 준공 전에도 소외 강원도의 환매특약등기를 말소시키는 등 역량을 가졌음에 비추어 위 자금 대출에 피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이 사건 계약에 이른 점, ③ 이 사건 매매대금은 9,200,000,000원이지만 중도금까지의 총액은 금 2,920,000,000원에 불과하였고, 잔금에서 나이트클럽 및 오락실의 임대보증금, 은행대출금을 공제하기로 한 점, ④ 위 호텔은 1990.7.16. 준공되어 그 무렵 등기까지 마쳤으며, 그 후 시가가 상승되어 현재 금 200억원 상당에 이르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①항과 ②항 사유는 원심이 인용한 증거들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전혀 없고, ③항 사유들 중 이 사건 매매대금과 중도금까지의 총액,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매매대금에서 나이트클럽과 오락실에 대한 임대보증금 상당액을 공제하기로 약정한 점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지만, 위 매매대금에서 은행대출금을 공제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증거는 전혀 없으며, ④항 사유는 이 사건 손해배상예정액을 감액하는 데 참작할 바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4) 오히려 원심이 인용한 제1심 증인 소외 1의 증언에 따르면, 피고는 이 사건 중도금과 잔금이 제때에 지급될 것으로 믿고 공사자금계획을 세웠는데, 원고가 그 각 지급기일을 어김으로 말미암아, 어쩔 수 없이 사채를 얻어 공사자금에 충당하느라고 12억원 내지 15억원의 이자를 지출하였을 뿐더러, 호텔의 완공이 4개월이나 늦었기 때문에 적어도 10억원 이상의 영업상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고, 또한 피고가 원고의 위 대금지급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아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판단에서 보는 바와 같은 손해를 입었음은 원심도 인정한 바이며, 한편 부동산 매매에서는 매매대금의 10% 정도를 계약금으로 정하고 이를 손해배상예정액으로 약정함이 일반적인 거래관행인데(위 당원 판결 참조), 이 사건 예정액은 그 8%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으로서는 앞에서 설시한 사유들을 심리한 후 이 사건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원고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게 할 정도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만 이를 부당히 과다하다 하여 감액할 수 있는데도, 원심은 아무런 증거 없이 일부 참작사유들을 인정한 데다가,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그 참작사유들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이를 감액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질렀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나. 그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이 피고의 상계 항변 즉,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일인 1989.12.29. 장남인 소외 2 명의로 소외 3으로부터 서울 서대문구 (주소 2 생략) 대지 및 주택을 금 267,000,000원에 매수하면서 계약금 20,000,000원을 지급하였고, 1990.1.31. 중도금 150,000,000원을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원고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피고 역시 위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고, 이에 피고는 하는 수 없이 원고의 동의를 받아 1990.2.8. 위 소외 3에게 중도금 중 금 50,000,000원만을 지급하면서 나머지 중도금의 지급기일을 2.25.로 연기하고, 만일 이를 어길 때에는 이미 지급된 금 70,000,000원을 모두 몰취당하기로 약정하였는데도, 원고가 피고에게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결국 피고는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금 70,000,000원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위 손해배상채권으로써 원고의 피고에 대한 원상회복청구권과 상계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피고의 아들인 소외 2가 소외 3으로부터 위 대지 및 주택을 매수하고 그 중도금 지급을 지체하였으며, 원고도 이를 알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과 같이 계약 당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에는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통상손해는 물론 그 특별손해까지도 위 예정액에 포함되고, 설사 피고의 손해가 위 예정액을 초과한다 하더라도 그 초과 부분을 따로이 청구할 수 없는바,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소외 1, 원심 증인 소외 4의 각 증언만으로는, 원고와 피고가 위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하여 다른 특약을 맺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오히려 을 제1호증의 문언을 보면,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피고에게 위 금 70,000,000원을 지급하겠다고 한 취지로 보인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음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은 없으므로, 이 부분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3. 따라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부분 중 손해배상예정액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되,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각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원(재판장) 박우동 윤영철 박만호(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