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2.3.31. 선고 91나5414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에 의하여 그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가 확정되고 그 내용에 따라 집행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에 따른 집행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위하여는 그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해할 의사로 상대방의 소송관여를 방해하거나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실제의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확정판결을 취득하여 그 집행을 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와 같은 사정이 없이 그 확정판결의 내용이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어 부당하고 또한 그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채권자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집행행위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당원 1991.2.26. 선고 90다6576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가 소외 1, 소외 2 및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88가합 1601호 젖소인도 등 청구사건에서, 피고가 1986.12.3. 위 소외 1과 사이에 이 사건 젖소에 대하여 위 소외 1에 대한 차용금 채무 금 1,500만원의 담보를 위하여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던바 그 변제기까지 위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자 위 소외 1이 1987.11.11. 소외 3에게 이 사건 젖소를 금 1,300만원에 매도하면서 피고에 대한 위 젖소의 반환청구권을 양도하고 이를 피고에게 통지한 다음 이 사건 젖소의 인도를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위 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원고 등이 피고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위 젖소를 가져 간 사실을 인정한 다음,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대내적으로는 이 사건 젖소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피고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피고의 예비적청구에 의하여 각자 금 1,800만원 및 지연이자의 지급을 명하는 한편 피고에 대하여 위 소외 1에게 금 1,500만원 및 이자의 지급을 명하는 위 소외 1의 반소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된 사실, 원고는 위 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젖소를 싣고 간 자에 불과하여 사실상 이 사건과는 이해관계가 크지 않은 데다가 위 판결주문에 따르더라도 상계하면 위 소외 1이 유리하다는 생각에서 항소를 하지 아니한 사실, 위 사건의 항소심에서 제1심과 같은 사실인정하에 그 법률적 견해를 달리하여 위 차용금채무가 변제기까지 변제되지 아니한 이상 위 소외 1은 담보권을 실행할 수 있고, 따라서 피고는 위 소외 1에 대하여 이 사건 젖소에 대한 소유권이나 사용수익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이 사건 젖소의 소유권이나 사용수익권의 상실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없어 피고의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 중 위 소외 1 등의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의 청구를 기각한 다음, 원고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는 제1심판결의 원고 일부패소부분이 항소심의 결론과 달라 부당하나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의하여 피고의 항소만 기각한다고 판시하고 위 소외 1의 예비적 반소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된 사실 및 피고가 원고에 대한 위 판결이 확정되자 원고소유의 가재도구에 강제집행을 실시하여 1990.5.4. 금 110만 원을 배당받고 다시 원고가 1991.3.2. 그 소유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하여 금 27,018,725원을 변제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위 항소심판결에 의하여 원고에 대하여도 이 사건 젖소의 소유권이나 사용수익권의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없음을 잘 알면서도 위 확정판결에 의한 강제집행이 가능함을 기화로 원고 소유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였으므로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고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불구하고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에서 말한 법리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위 확정판결의 취득과정에 있어 피고가 그 손해배상청구권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을 알면서 원고를 해할 목적으로 그 소송을 제기하였다거나, 피고에게 법원을 기망하는 등의 부정행위 또는 원고의 항소를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다고는 보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원고를 제외한 위 소외 1 등에 대한 피고의 청구가 인용되었다가 항소심에 이르러서 기각된 것은 그 사실관계를 달리하여 그들의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하면서 손해에 대한 법률판단을 달리한데 불과한 것이다. 더욱 동일한 사실관계가 청구원인으로 되어 있는 한 개의 소송에서 공동피고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소송관계는 각각 별개로 성립되고 당사자처분권주의 아래에서는 당사자마다 각각 상이한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될 수 있는 것이므로 원고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제1심의 패소판결에 대하여 항소나 부대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그 제1심판결이 확정된 이상, 가사 일부 제1심 공동당사자의 항소에 의하여 제1심판결이 취소되었다 하더라도 원고는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과 집행력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며, 피고가 위 항소심판결 후에 원고에 대하여 위 확정판결의 강제집행을 할 당시 원고와 동일한 사실관계에 있는 위 소외 1 등 제1심 공동소송인에 대한 피고 패소의 항소심판결에 의하여 원고에 대한 제1심판결의 내용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확정판결의 집행이 권리남용으로 되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원심판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과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있다.
이상의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