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현렬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1994.7.29. 선고 94나592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다음과 같다.
가. 피고로부터 주유소 신축공사를 도급받은 소외 1이 피고 명의로 원고와의 사이에 레미콘공급계약을 체결한 뒤, 원고로부터 1992.6.15.부터 같은 해 8.5.까지 위 공사현장에 레미콘 금 9,048,743원 상당을 공급받고는 그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피고는 원고의 영업부 직원인 소외 2의 요구에 따라 같은 해 12.22. 피고가 위 레미콘 대금을 위 주유소건물의 준공검사 후 수회 분할하여 원고 회사에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그러한 내용의 확인서(갑 제2호증)를 위 소외 2에게 교부하였는데, 그 후 위 주유소건물이 완공되어 그 보존등기까지 경료되었다.
나. 한편, 피고가 위 레미콘공급과는 별도로 1993.1.초순경 원고로부터 직접 레미콘 금 7,649,400원 상당을 공급받았는데, 같은 달 15. 피고를 대리한 소외 3, 위 소외 2, 위 소외 1 등 3인이 모여 피고가 직접 공급받은 레미콘대금 7,649,400원을 원고 회사에 지급하면서, 피고 명의로 위 소외 1이 그전에 공급받은 레미콘 대금 9,048,743원은 소외 1이 이를 원고 회사에 지급하기로 하고, 원고 회사가 더이상 이에 관하여는 피고에게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아니하기로 약정하였다.
다. 위 소외 2는 원고 회사의 영업부직원으로서 원고 회사를 대리하여 원고 회사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레미콘공급계약 및 그 수금행위에 관하여 원고 회사를 대리할 권한이 있었다.
라. 위와 같이 위 소외 2에게는 레미콘공급계약의 체결이나 그 수금행위에 관하여 원고 회사를 대리할 권한이 있었고, 아울러 그가 피고로부터 위 확인서(갑 제2호증)를 받아간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로서는 위 소외 2가 피고의 원고 회사에 대한 이 사건 레미콘대금 금 9,048,743원에 관하여 면책적 채무인수의 약정을 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
마. 따라서 위 소외 2가 1993.1.15. 소외 3, 소외 1과 사이에 한 위 약정은 표현대리의 법리에 따라 원고 회사에 미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레미콘대금채무 금 9,048,743원은 위 소외 1에게 면책적으로 인수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2. 그러나, 권한을 넘는 표현대리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는 거래 당시의 사정과 객관적인 거래의 관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일반적으로 대리인에게 물품공급계약의 체결 및 그로 인한 대금의 수금에 관한 권한이 주어져 있다고 하여 채무자의 채무를 제3자가 면책적으로 인수하도록 함으로써 채무자로 하여금 면책시키는 약정을 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진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또 채무자의 채무가 원래 제3자의 채무로서 그 제3자가 이를 이행하지 못하여 대리인의 요구에 따라 채무자에 의하여 인수된 것이라면, 채권자로서는 대금의 수금을 확보한 것이라 할 것인데, 이와 같이 확보된 수금방법을 버리고, 종래 이행을 하지 못하던 제3자에게 면책적으로 인수하도록 약정한다는 것은 그것이 채무자로부터 다른 채무의 변제를 받으면서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 할 것이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에게 그와 같은 면책적 채무인수의 약정을 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 대리인이 면책적 채무인수의 약정을 하면서 지급받은 것이 원래부터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당연히 변제받을 것이었다면 더더욱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설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가 위 소외 2에게 위와 같이 원고 회사를 대리하여 위 소외 1로 하여금 피고의 원고 회사에 대한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약정을 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에는 결국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 이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