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상고인】
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한각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정동 외 1인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1993.10.13. 선고 92나1336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1989.8.2. 소외인과의 사이에 그의 소유의 선박(제55호 △△호, 이하 "피해선박"이라 한다)에 승선하게 될 선원에 대하여 그 선원이 공제기간 내에 조업을 하던 중 사망하는 경우에는 공제자인 원고가 피공제자인 위 소외인에게 유족공제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이 경우 공제사고가 제3자의 행위로 발생한 때에는 그 지급한 한도 내에서 피공제자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대위취득하도록 하는 내용 등의 선원특수공제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위 피해선박이 1990.1.13. 피고 소유의 선박(□□□호)과 해상에서 충돌하게 되어 피해선박에 승선한 선원 12명 전원이 사망하게 되자, 원고가 위 공제계약에 따라 위 소외인에 공제금으로 2억 5천 2백만 원의 공제금을 지급하였다(소외인은 같은 달 24.부터 같은 해 2.13.까지의 사이에 위 공제금에 자비를 보태어 유족들에 대하여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위 유족들은 위 소외인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일체의 손해배상채권을 포기하였고, 피고 역시 같은 해 2.1. 위 유족들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위 유족들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일체의 손해배상채권을 포기하였다). 피고와 소외인은 1991.7.25. 피고가 위 소외인에게 이 사건 선박충돌 사고와 관련된 모든 비용을 제한없이 포함하여 위 소외인이 입은 모든 손상 및 손실에 대한 전액보상금으로써 미화 575,000불과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기로 하고, 그로써 위 소외인은 피고 및 피고의 위 선박에 관련된 사람들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일체권리를 포기하며, 피해선박과 관련한 보험업자도 이후 피고에게 보상청구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 내용의 합의를 하고, 피고가 당일 위 소외인에게 위 합의금을 지급하였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전제로, 원고는 위 소외인에게 위 공제금을 지급함으로써,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위 소외인이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과실비율(피고 및 위 소외인의 각 선박의 과실비율인 8:2)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구상채권 중 원고가 지급한 공제금의 한도 내의 액수의 구상채권을 법률상 당연히 이전취득하였다고 판단한 다음, 나아가, 피고의 다음과 같은 항변, 즉 피고가 위와 같이 위 소외인에게 이 사건 합의금을 지급한 것은 위 구상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는 항변에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합의금을 변제할 당시 피고의 처지에서 볼 때 소외인은 거래관념상 원고의 위 구상채권을 가진 자라고 믿을 만한 외관을 구비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위 소외인은 구상채권의 준점유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피고와 소외인 간의 합의에 나타난 합의 대상, 합의 금액 및 합의에 따라 위 소외인이 포기하기로 한 권리 범위, 그리고 그에 덧붙여 피해선박의 보험업자를 비롯한 관련자들이 차후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선박충돌과 관련하여 어떠한 청구도 하지 아니하도록 약정한 점, 위 선박충돌사고 후 위 1991.7.25. 합의일까지 원고 및 위 소외인이 위 공제자대위에 의한 권리보전조치를 하였다거나 피고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및 원고의 이 사건 소송은 위 합의일 전인 1991.7.18. 제기되었으나 그 소장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때가 위 합의 다음날인 7.26.인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같은 해 7.25. 위 소외인과 합의하면서 원고의 위 구상채권의 권리자가 위 소외인이라고 믿고서 합의 대상에 포함시켜 그 합의금을 지급하였고, 그 당시 위 구상채권의 권리자가 위 소외인이 아니라 원고인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그와 같이 알지 못한 데에 무슨 과실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가 위 소외인에게 원고의 위 구상채권을 변제한 것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선원법 제90조, 제98조, 같은법시행령 제32조에 의하면, 선박의 소유자는 선원의 재해보상을 완전히 이행할 수 있도록 보험에 가입하여야 하며, 이러한 보험에는 수산업협동조합법에 의한 공제도 포함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해운회사인 피고로서는 선박소유자인 소외인이 피해선박에 승선할 선원의 재해보상을 위하여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뿐 아니라, 위 소외인과의 사이에 이 사건 최종 면제약정을 체결함에 있어서, 원심의 사실인정과 같이, 피해선박과 관련된 보험업자가 이 사건 선박충돌과 관련하여 이후 피고에게 보상청구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의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면, 피고로서는 소외인측 보험업자가 위 최종 면제약정 이후에도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보상청구를 할 가능성이 있음을 능히 짐작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할 것이고, 또,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최종 면제약정에 이르기까지 해상관계 전문의 국내ㆍ외 변호사가 피고측의 위임에 의하여 관여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는 위 약정시 원고의 이 사건 구상채권의 존재까지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가사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구상채권 취득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소외인이 위 선박의 선원을 위하여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알고 있는 피고로서는, 소외인이 어떠한 보험에 가입하였는지, 보험업자인 원고가 소외인에게 이 사건 사고 이후 공제금을 지급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알아보고, 만약 원고가 소외인에게 이 사건 공제금을 지급한 사실을 알았다면 소외인이 피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최종 면제약정을 체결할 당시 원고의 구상채권에 대하여도 합의를 할 권한을 부여받았는지, 소외인이 이에 대하여 합의를 할 권한을 부여받았다면 이 사건 합의금을 수령할 권한까지 부여받았는지의 여부 등에 대하여 알아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이러한 사정 등을 전혀 알아보지 아니한채, 위 소외인에게 이 사건 합의금을 지급하여 버린 데에는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소외인에게 이 사건 합의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선의, 무과실이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였거나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 이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