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동서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박우동)
【원심판결】
부산고법 1995. 10. 26. 선고 94나1047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소외 1은 울산시 중구 (주소 1 생략)에서 소외 3 회사이라는 상호로 자동차부품제조업을 경영하고 있던 중 사업장을 옮기라는 인근 주민들의 항의로 이전할 공장부지로 사용하기 위하여 1991. 4. 1. 피고와 사이에 피고 소유의 경북 경주군 (주소 2 생략) 임야 38,080㎡ 중 2분의 1 지분(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을 매매대금 570,000,000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계약 당일 계약금 60,000,000원을 지급하고, 같은 해 5. 11. 잔금 51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위 계약 당시 이 사건 토지가 국토이용관리법상의 토지거래 규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던 관계로 토지거래허가 절차는 매수인인 위 소외 1이 책임지고 추진하되 피고는 이에 협조하기로 하였고, 피고는 토지거래 허가절차를 밟아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기 이전이라도 위 소외 1의 요구에 따라 가등기나 근저당설정등기를 경료해 주기로 약정하였다. 그런데 위 소외 1은 1993. 6.경 자신이 경영하던 위 소외 3 회사 명의의 액면 금 200,000,000원의 약속어음 1매를 동생인 소외 2에게 빌려 주었더니, 위 소외 2가 그 약속어음을 소외 4 은행 울산상공회의소 출장소에서 할인하여 사용하고도 지급기일인 1993. 9. 22.까지 이를 결제할 형편이 되지 않아서 위 소외 3 회사까지 부도에 빠질 처지가 되자, 위 소외 4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하여 그 담보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근저당등기를 설정해 주기로 하고, 같은 해 9. 초순경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근저당등기의 설정을 요구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거절하였다. 그리하여 위 소외 3 회사은 그 무렵 위 약속어음을 결제하지 못하여 부도처리되고 결국 폐업하게 되어 공장 이전의 필요성이 없어지게 되었다.
위 소외 1은 이 사건 매매 계약일로부터 2년 반이 지난 1993. 10. 12.경에 이르러 처음으로 토지거래허가 신청서를 작성하여 피고의 날인을 받아 관할 관청인 경주군청에 접수시켰다. 그러나 그 신청서가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4 제1항 제2호 마목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서는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4 규정에 의한 실수요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산림법 제90조 및 같은법시행규칙 제88조 제2항에 의한 산림훼손허가, 건축법 제8조에 의한 공장설립건축허가,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제21조에 의한 중소기업창업 사업계획승인, 공업배치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 제13조 제1항에 의한 공장설립신고(확인) 등을 거쳐 그 허가, 승인, 확인 등을 얻은 후 그 결과에 관한 소명 자료를 첨부하여 토지거래허가 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하는데, 그와 같은 사전 절차를 거쳤다는 소명 자료가 없음을 이유로 반려되었다.
그 후 위 소외 1은 1993. 10. 26. 위 매매계약이 무효로 확정되었음을 전제로 하여 피고에 대한 위 매매대금 반환 채권을 원고에게 양도하고, 같은 날 피고에게 그 양도사실을 통지하였다.
원심은 위 인정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 토지의 매수인인 위 소외 1로서는 매매대금 반환 채권을 원고에게 양도하고 피고에게 그 양도사실을 통지함으로써 더 이상 위 매매계약에 따른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고, 위 소외 3 회사의 부도, 폐업으로 말미암아 그 공장 이전의 필요성은 물론 공장이전 부지도 필요하지 아니하게 됨으로써 그 목적을 위한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로서도 매매대금을 전액 수령한 후 2년 반이 경과하도록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를 밟을 것을 촉구하지 아니함으로써 장기간 허가신청 절차를 방치하였을 뿐 아니라, 위 소외 3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워 매매대금을 전액 지급받은 이 사건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위 소외 1의 요구를 거절하였고, 그 결과 위 소외 3 회사은 자금난으로 부도가 나게 되어 이 사건 토지거래허가에 필요한 공장설립건축허가 및 공장설립신고 등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매도인인 피고도 허가신청 절차를 밟으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게 됨과 아울러 더 이상 객관적으로도 관할 도지사에 의한 이 사건 토지거래허가 처분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 매매계약의 유동적 무효상태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고, 그 계약관계는 확정적으로 무효라고 인정되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피고는 위 소외 1로부터 지급받은 매매대금 전액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위 소외 1로부터 위 채권을 양수받은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인용하고 있다.
2. 그런데 국토이용관리법상의 토지거래허가 구역 내의 토지에 관하여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기 전에 체결한 매매계약은 처음부터 위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내용의 계약일 경우에는 확정적 무효로서 유효화될 여지가 없지만, 이와 달리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한 거래계약일 경우에는 일단 허가를 받을 때까지는 법률상 미완성의 법률행위로서 소유권 등 권리의 이전에 관한 계약의 효력이 전혀 발생하지 않음은 위 확정적 무효의 경우와 다를 바 없지만, 일단 허가를 받으면 그 계약은 소급하여 유효한 계약이 되고 이와 달리 불허가 된 경우에는 무효로 확정되므로 허가를 받기까지는 유동적 무효의 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위와 같이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내용이 아닌 유동적 무효상태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기하여 임의로 지급한 계약금 등은 그 계약이 유동적 무효상태로 있는 한 이를 부당이득으로서 반환을 구할 수 없고, 유동적 무효상태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었을 때 비로소 부당이득으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위와 같은 유동적 무효상태의 계약은 관할 도지사에 의한 불허가처분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당사자 쌍방이 허가신청 협력의무의 이행거절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도 허가 전 거래계약관계 즉 계약의 유동적 무효상태가 더 이상 지속한다고 볼 수 없고 그 계약관계는 확정적으로 무효라고 인정되는 상태에 이른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 9. 14. 선고 91다41316 판결, 1995. 4. 28. 선고 93다26397 판결, 1995. 6. 9. 선고 95다2487 판결 각 참조).
기록에 의하면 토지거래규제구역 내에 있는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이 사건 매매계약은 관할 도지사의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것을 내용으로 한 계약으로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일단 유동적 무효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수인인 위 소외 1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2년 반이 지난 1993. 10. 12.에 토지 이용목적을 공장설립으로 하여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하면서도 공장설립을 위한 토지거래허가 신청시에 필요한 사전 절차를 경료하였다는 소명 자료를 첨부하지도 아니한 채 그대로 토지거래허가신청서를 관할관청에 제출함으로써 그 신청서가 반려되자 이 사건 매매계약이 무효로 확정되었다고 보아 매매대금 반환 채권을 원고에게 양도하고 그 채권양도 사실을 피고에게 통지하였으므로 이로써 위 소외 1은 이 사건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나 그 협력의무 이행을 거절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임은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다.
그러나 한편 기록에 의하면 매도인인 피고는 이 사건 원심 변론종결에 이르기까지도 시종 일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시 위 소외 1이 전적으로 자기 책임하에 허가절차를 경료하기로 약정하였고 피고는 위 소외 1의 허가신청절차에 협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소외 1이 매매대금을 환수하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신청서가 반려되는 사태를 유발한 다음 토지거래허가를 빙자하여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허가절차는 현재에도 위 소외 1이 성실히 이행한다면 거래허가를 얻을 수 있고, 피고는 이에 협력하겠다고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가 매매대금을 수령한 후 2년 반이 경과하도록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를 밟을 것을 촉구하지 아니함으로써 장기간 허가신청 절차를 방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절차는 매수인인 위 소외 1이 책임지고 추진하되 피고는 이에 협조하기로 하였음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이 있다고 하여 피고에게 허가신청이나 허가신청에 협력할 의사가 없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원심은 위 소외 1이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것은 그가 경영하던 소외 3 회사의 공장부지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피고가 위 소외 1의 요구에 따라 가등기나 근저당설정등기를 경료해 주지 않아 소외 3 회사이 부도가 남으로써 이 사건 토지를 공장부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설시하여 이렇게 된 것이 마치 피고의 책임인 것처럼 판시하고 있으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위 소외 1 앞으로 가등기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기로 한 것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무효로 될 경우에 대비하여 매매대금 반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로 위 소외 1은 이 사건 매매계약 후 피고로부터 근저당권설정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받았으나 피고가 믿을 만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니(기록 125면), 위 가등기 또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주기로 한 것이 위 소외 1이 위 소외 4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제3자인 소외 4 은행 앞으로 근저당설정등기를 경료해 준다는 취지가 아님이 분명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위 소외 1에게 매도하고 매매대금을 전액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위 소외 4 은행 앞으로 경료하는 근저당설정등기 절차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따라서 위 소외 3 회사이 부도난 것이 피고의 책임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리고 원심은 나아가서 객관적으로도 관할 도지사에 의한 토지거래허가 처분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설사 소외 3 회사이 부도로 폐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체결시에 이 사건 토지를 공장부지로 사용하기로 하고 공장부지로 사용할 수 없는 사정이 생기면 계약을 확정적으로 무효로 하기로 했다면 모르되 그러한 사정이 없다면 공장부지로 사용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다 하여 이 사실만 가지고 바로 토지거래허가 자체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어졌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므로, 다른 사정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위 소외 1이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거래허가를 받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없고, 원심 판시와 같은 위와 같이 사정이 있다고 하여 피고에게 토지거래허가신청이나 이에 대한 협력할 의사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무효가 되었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더 심리하여 본 연후에야 이 사건 매매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었다고 한 다음 피고에게 이 사건 매매대금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 채권을 양수한 원고에게 그 반환을 명하였음은 매매계약의 유동적 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박만호 김형선 이용훈(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