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상고인겸 피상고인】
윤정아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기준
【피고, 피상고인겸 상고인】
대한민국
【원 판 결】
서울고등법원 1988.10.14. 선고 88나4876 판결
【주 문】
원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직권으로 본다.
재산적 손해로 인한 배상청구와 정신적 손해로 인한 배상청구는 각각 소송물을 달리하는 별개의 청구이므로 소송당사자로서는 그 금액을 각각 특정하여 청구하여야 할 것이고, 법원으로서도 그 내역을 밝혀 각 청구의 당부에 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당원 1980.7.8. 선고 80다1192 판결 참조).
그런데 원고는 제1심에서는 이 사건 저작물에 관한 재산적 관리의 침해로 인한 재산적 손해배상금으로서 금 30,000,000원, 같은 인격적 권리의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금으로서 금 20,000,000원, 합계 금 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소장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였다가(기록 13쪽, 262쪽) 제1심 법원으로부터 위 인격적 권리 중 귀속권침해로 인한 위자료의 일부로서 금 500,000원 및 이에 대한 소장송달 다음날인 1987.2.13.부터 제1심 판결선고일인 1987.12.17.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할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하면서, 청구취지금액을 금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소장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으로 감축하였으나 그 내역은 밝히고 있지 아니하였는데도(기록288, 310쪽) 원심은 원고에 대하여 그 청구금액의 내역에 대하여 석명을 구하여 그 액을 확정한 바도 없이 제1심 판결을 변경하여 위 귀속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의 일부로서 금 2,000,000원 및 이에 대한 소장송달 다음날인 1987.2.13.부터 원판결선고일인 1988.10.14.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원심은 저작권침해로 인한 재산적 손해의 배상금과, 같은 정신적 손해의 배상금과의 합계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만을 표시하고 그 내역을 특정하고 있지 아니한 원고의 청구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서 이는 결국 소송요건 불비의 청구를 받아들인 셈이 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원판결은 우선 이 점에서 파기를 면치 못한다.
2. 피고 소송수행자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구 저작권법 제14조 (1986.12.31. 법률 제3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면, 저작자는 저작물에 관한 재산적 권리에 관계없이 또한 그 권리의 이전후에 있어서도 그 저적물의 창작자임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고 되어 있고 이는 저작자가 저작자로서의 인격권에 터잡아 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에 있어서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므로
(현행
저작권법 제12조,
당원 1989.1.17. 선고 87도2604 판결;
1962.10.29. 선고 62마12 판결 참조)
저작자의 동의나 승낙없이 그 성명을 표시하지 않았거나 가공의 이름을 표시하여 그 저작물을 무단복제한 자에 대하여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 귀속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원심은 피고산하 문교부는 원고가 국민학교 6학년 재학중 창작하여 1980.11.15. 공표한 "내가 찾을 할아버지의 고향"이라는 제목의 산문 중 제목을 "찾아야 할 고향"으로 고치고 지은이를 "3학년 4반 황정아"라고 새로이 써넣었으며 "매년"을 "해마다"로 고치는 등 내용의 일부문구를 수정하여 국민학교 3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에 싣고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이를 인쇄하여 학생들에게 발행, 공급한 사실을 확정한 다음
문교부가 위 산문의 지은이를 가공의이름인 황정아로 표시한 이유가 피고의 주장과 같이 교육정책상의 목적에 있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저작자에게 전속되는 창작자임을 주장할 수 있는 귀속권을 침해하는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아니하므로 피고는 위 교과서의 편집을 지휘감독하고 그 내용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가진 그 산하문교부 소속공무원들의 직무집행상의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바,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옳고 여기에는
구 저작권법 제14조의 귀속권침해자에 관한 법리나
같은 법 제64조 제1항 제3호, 제2항 단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이 위와 같은 위법한 행위는 피고산하 문교부의 소위임을 확정하고 있는 것도 옳고 여기에도 아무런 위법이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또한 원심은 위 국어교과서는1981.7.경 처음으로 인쇄발행되었고 원고는 그 무렵 위 국어교과서에 자신이 창작한 산문과 거의 같은 내용의 산문이 지은이가 황 정아로 표시되어 실려있는 사실을 알았으므로 그때부터 3년이 경과함으로써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재항변에 대하여 원고가 이 사건 제소일인 1987.2.3부터 3년 이전에 위와 같은 사실을 알았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고 있는바 이 판단도 옳고 여기에 소론과 같은 소멸시효기간 경과의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미진한 위법이 없다. 논지도 이유없다.
3.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구 저작권법 제64조 제1항 제3호는 교과용 도서의 목적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내에서 발췌수집하는 방법에 의하여 복제하는 것은 저작권침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여기서의 발췌수집이라 함은 다수의 저작물로부터 필요한 한도로 그 일부씩을 뽑아모아 이를 일정한 체계로 편찬한다는 뜻이므로 어느 저작물 전부를 거의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위 법조 소정의 이른바 비침해행위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산하 문교부는 원고의 산문 중 일부문구에 수정을 기하는데 그쳤을 뿐 원고의 글을 거의 그대로 옮겨 실었다는 것이므로 이는 도저히 위 발췌수집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산문의 게재행위는 위 법조 소정의 비침해행위가 아니라 저작권자로서 원고가 이 사건 저작물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재산적 권리의 기본인 복제권을 침해한 것이고 나아가 위 산문을 실은 국어교과서들을 학생들에게 공급하므로써 원고의 발행권(
제18조) 및 출판권(
제19조)을 침해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은 재산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이 사건 게재행위는
위 법 제64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발췌수집에 해당하므로 저작권의 침해가 되지 아니한다 하여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배척하였으니 이는 위 법조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논지는 이유있고 이 점에서도 이 부분에 관한 원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끝으로 원심은 원고의 이 사건 저작물에 관한 인격적 권리의 침해로 인한 위자료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피고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산문을 일부변경하였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구 저작권법 제16조 소정의 원고의 명예와 성망을 침해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상유지권 침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부분은 이유없다 하여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귀속권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액만을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구 저작권법 제17조에 의하면, 저작자는 그 저작물의 내용, 형식과 제호를 변경할 권리가 있다고 되어 있고, 이는 저작자가 그 저작물에 관한 일격적 권리에 터잡아 저작물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는 (현행
저작권법 제13조 제1항의
제1항 참조) 저작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이 그 저작물을 임의로 변경한 자에 대하여는 위 법조 소정의 변경권 내지 동일성 유지권의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있다 할 것이고, 한편 이른바, 원상유지권을 규정한
같은 법 제16조가 뜻하는 것은 저작자는 그 저작물에 변경을 가하여 그 명예와 성망을 해한 자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62조,
제68조,
민법 제764조 등의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일 뿐 위 법조 소정의 명예와 성망을 침해당하지 아니한 저작자는 그 저작물의 동일성 유지권 내지 변경권이 침해되더라도 일체 이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귀속권이나 원상유지권, 변경권등은 모두 저작물에 관한 인격적 권리의 내용을 이루고 있고 원고는 위 변경권침해의 점도 주장하고 있으므로(기록 330,333쪽 참조)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위 주장의 당부를 가려 그 인격적 권리의 침해로 인한 위자료액을 산정함에 있어 기초자료로 삼았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귀속권 침해사실만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원고의 위자료액을 산정한 것에는
구 저적권법 제16조,
제17조의 법리와 위자료산정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아니할 수 없고 어차피 원판결 전부를 파기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 환송받은 원심으로서는 이 점도 고려하여 원고의 정신적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할 것이다.
4. 결론
이리하여 원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주한(재판장) 이회창 배석 김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