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6. 12. 6. 선고 95나4383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어음의 만기는 확정가능하여야 하므로 어음 자체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날이어야 하고 어음 이외의 사정에 의하여 좌우될 수 있는 불확정한 날을 만기로 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니 불확정한 날을 만기로 정한 어음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
원심은 소외 1 회사가 원고에게 공사대금조로 발행·교부한 어음이 부도되자 소외 1 회사의 이사인 피고는 1992. 9. 24. 원고에게 미변제된 부도어음금 35,550,000원을 액면으로 하고, 발행일 1992. 9. 24. 발행지 및 지급지 각 서울, 지급기일 ‘용마산현장 준공 후’라고 기재한 약속어음을 발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약속어음은 유통증권, 문언증권으로서 어음법이 요구하는 만기 등 어음요건의 구비는 원칙적으로 어음문면 그 자체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지 원인관계상의 사정을 고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어음의 위 지급기일은 부적법하므로 이 사건 어음은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는바,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그 판단도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이 사건 어음은 백지어음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어음이 백지어음임을 전제로 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를 받아들일 바 못 된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약속어음의 발행으로서 소외 1 회사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인수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에 부합하는 증인들의 증언을 배척한 다음 피고가 소외 1 회사의 이사로서 대표이사인 소외 2의 처남인 사실 및 피고가 이 사건 어음을 발행하면서 그 표면에 대금결제시 어음회수 조건이며 소외 1 회사에서 시공한 전 공사 완공시까지 지불하겠다는 문구를 기재한 사실과 피고가 소외 1 회사의 어음이 부도난 이후인 1992. 7. 15. 자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용마산조경공사의 도급자인 소외 3 회사 명의로 공사하자담보를 목적으로 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사실은 인정되지만, 한편 이 사건 어음 표면에는 ‘단 소외 1 회사 발행 어음분의 재발행분’이라는 기재가 되어 있는 사실과 또한 원심 증인 소외 2, 소외 4(제15차 및 제18차 변론기일)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위 소외 2는 소외 1 회사의 어음이 부도난 후 도망가 있었으나, 그 동안에도 실질적으로 위 회사의 업무를 관장하였고 또한 곧 업무에 복귀하여 1993. 12. 말까지 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한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어음을 발행함으로써 이 사건 어음상의 채무 이외에 이 사건 어음을 발행하게 된 원인인 소외 1 회사의 부도난 어음금 채무까지도 인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배척하고 있다.
타인의 채무에 관하여 제3자가 채무자를 위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채권자에게 교부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한 채무를 면책적 또는 중첩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당원 1989. 9. 12. 선고 88다카13806 판결 참조).
그러나 원심이 피고의 채무인수 사실을 배척하고 피고가 이 사건 어음을 발행하게 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위하여 채택한 증인들도 피고의 매부인 소외 2, 그 형인 소외 4로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아니할 수 없고 오히려 피고가 이 사건 어음을 발행하면서 그 표면에 ‘소외 1 회사 발행 어음분 재발행이며 대금결제시 어음회수 조건이며 소외 1 회사에서 시공한 전 공사 완공시까지 지불하겠음’이라고 기재한 문언의 뜻은 당시 원고가 이미 소외 1 회사발행의 부도된 약속어음을 소지하고 있어 따로이 소외 1 회사에 대한 약속어음 액면의 확인 또는 약속어음 채무만을 부담하기 위한 별도의 어음발행이 불필요하였던 점에 비추어 이는 피고가 소외 1 회사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인수하되 다만 소외 1 회사 발행의 부도어음과 상환하여 이를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고, 또한 기록에 의하면 소외 1 회사의 부도 후 피고가 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인 위 소외 2를 대신하여 공사를 시행하였으며, 제1심 이래 피고는 원고의 공사대금 채권이 모두 변제되었다는 취지로 다투고 나왔음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피고가 위 소외 2의 처남인 사실 및 소외 1 회사가 부도가 난 이후에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소외 3 회사 명의로 공사하자 담보를 위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사실 등을 합쳐보면, 피고가 소외 1 회사의 채무를 면책적 또는 중첩적으로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음에도 원심이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그릇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환송하기로 하고 관여 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최종영(주심) 정귀호 이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