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달식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1990.10.12. 선고 89나854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제71신진호(총톤수 약 99톤)의 선장 소외 1은 1987.7.15. 부산항에서 출항준비를 하던 중 당시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북상중이던 태풍 셀마호가 동북쪽으로 진행하여 대마도를 지나 울릉도 동쪽 해상으로 지나갈 것이라는 기상예보를 듣고서 위 태풍을 피하기 위하여 같은 날 13:00경 부산항을 출발하여 같은 날 18:00경 산으로 둘러쌓여 좁은 만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경남 통영군 한산면 소재 제승당 앞바다에 도착, 다른 100여척의 소형 선박과 함께 정박한 사실, 그런데 중심 최대풍속 초속 35미터, 최대파고 6 내지 9미터의 위력을 가진 위 태풍이 당초의 예상진로와는 달리 같은 날 23:30경 전남 순천만에 상륙한 후 북북동진함에 따라 위 제승당 앞바다는 태풍의 영향을 크게 받는 태풍진로의 우측 반경에 위치하게 되고 더욱이 만조시간이 태풍의 상륙시간과 거의 일치하게 되어 위 제승당 앞바다는 그 지형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거센 파도와 푹풍우로 인하여 태풍의 피해를 크게 받게 된 사실, 위 제71신진호는 폭풍과 파도에 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스크류를 가동한 채 닻을 내리고 있었으나 위 태풍이 상륙한 23:30경부터 폭풍우와 파도가 거세어졌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주위의 다른 대피선박들과 부딪치며 이리저리 밀리다가 옆에 있던 선명 미상의 소형 권형망어선의 닻줄이 위 제71신진호의 스크류에 감겨 그 작동이 정지된 탓으로 자체기동력을 잃고 폭풍과 파도에 밀려 북쪽 약 400미터 지점의 같은 면 염호리 앞바다에 있는 원고의 진주양식장 방향으로 표류하게 되었는데, 위 선장 소외 1은 당시 상황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커서 다른 선박에 의한 예인도 기대하기 어렵고 또 위 양식장에는 조명시설 등에 의한 야간인식표지가 작동되지 아니하고 더욱이 거센 파도와 비바람으로 시계가 극히 불량하여 위 양식장의 존재도 알수 없었기 때문에 위 선박이 표류하는 대로 맡겨 두다가 위 양식장에 근접해서야 비로소 위 양식장의 스티로폴 부표를 발견하고는 위 제승당 앞바다에 정박중인 같은 피고 소속의 제72신진호에 무선통신으로 예인을 요청하였으나 이미 때가 늦어 위 제71신진호가 같은 달 16. 01:30경 위 양식장을 침범하여 위 양식장의 연선 등을 파손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제71신진호가 그 스크류에 닻줄이 감긴 탓으로 자체기동력을 잃고 위 양식장에 표류하여 들어가 그 양식장시설을 파손한 위에서 본 경위 등에 비추어 볼때 이건 사고는 위 선박의 선장 소외 1이 고도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적인 사고로서 그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바에 의하면, 이 사건 제71 신진호가 원판시 제승당 앞바다에 도착, 정박한 시간은 일몰전인 1987.7.15. 18:00경으로 그때는 아직 태풍 셀마호가 한산만에 상륙하지 아니하였을 때이고, 원고의 원판시 진주양식장은 위 선박이 정박한 지점으로부터 북쪽으로 불과 400여미터의 지점의 거리에 있었던 사실이 명백하고, 나아가서 원심이 채용한 원심증인 소외 2의 증언에 의하면 제71신진호는 그전에도 위 해역으로 출입해 본 사실이 있어 위 진주양식장이 있다는 것을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알고 있었고 기관장인 그 자신도 위 선박에 승선한 후 두번이나 위 해역을 출항한 사실이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이상 보아온 사실에 의하면 선장 소외 1이 위 양식장의 존재 및 위치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원심이 위 소외 1이 이 사건 양식장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고 단정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위 소외 1이 사전에 위 양식장의 존재 및 위치를 알고 있었다면 태풍을 대피하기 위하여 정박하고 있는 위 선박의 선장으로서는 소형선박 등 100여척이 함께 뒤섞여 정박하고 있으면 강풍과 풍랑으로 인하여 소형선박들의 닻줄 등이 위 선박의 스크류에 감기어 그 작동이 멈추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기동력을 상실한 후 선박이 풍향에 따라서는 북쪽에 위치한 이 사건 양식장으로 표류해 들어갈 수도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선장 소외 1이 위 선박을 미리부터 소형선박들과 뒤엉키지 않을 안정한 위치에는 정박시킬 수 없었는지, 만일 부득이한 사정으로 소형선박들과 함께 정박할 수 밖에 없었다면 스크류의 작동이 정지된 경우에 밧줄로 다른 선박과 연결하는 등의 조치로 표류를 막을 수는 없었는지(기록에 의하면 같은 해역에 대피하고 있던 100여척의 선박 중 유일하게 위 선박만이 원고의 진주양식장에 표류해 들어간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에 의하더라도 위 선박은 사고후 같은 해역에 피항하고 있던 같은 소속의 제72신진호에 의하여 예인되어 나왔다고 한다)등을 심리해 보지 않고는 이 사건 사고를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고 단정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그 판시와 같은 사실만을 인정하여 이 사건 사고를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나아가 태풍을 피항함에 있어서의 선장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할 것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배만운 안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