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사 자】
청 구 인 [별지] 청구인 명단과 같음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2020노269 업무방해등
【주 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 제1항 가운데 ‘제313조의 방법 중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에 관한 부분 및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08. 3. 21. 법률 제8962호로 개정된 것) 제23조의3 제2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윤○○은 주식회사 ○○은행(이하 ‘○○은행’이라 한다)의 인사·채용 담당 경영기획그룹장 겸 부행장, 청구인 김○○, 이○○는 ○○은행 인사부장, 청구인 김□□은 ○○은행 인사부 채용팀장, 청구인 박○○은 ○○은행 인사부 채용팀 과장이었다.
나. 청구인들은 업무방해, 고용상연령차별금지및고령자고용촉진에관한법률위반죄 등으로 기소되어 2020. 1. 22. 1심에서 업무방해죄(청구인들), 고용상연령차별금지및고령자고용촉진에관한법률위반죄(청구인 이○○, 김○○) 등이 인정되어 일부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8고합258, 308(병합)]. 이에 청구인들과 검사가 항소하였고, 항소심은 2021. 11. 22.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일부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0노269). 이에 청구인들과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상고심은 2022. 6. 30.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고(대법원 2021도16473), 같은 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범죄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부정채용 관련 업무방해
청구인들과 나○○, 한○○ 등은 국회의원, 유력 재력가, 금융감독원 직원 등 은행의 영업 및 감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은행 채용절차에 지원한 사실을 알린 지원자를 ‘특이자’로, ○○은행 부서장 이상 임직원 자녀들을 ‘임직원 자녀’로 명단을 만들어 별도로 관리해 왔다.
청구인들은 특이자, 임직원 자녀들이 ○○은행 채용절차에 지원할 경우 서류전형 부정통과 및 면접점수 조작 등의 방법으로 수차례 위와 같은 사람들을 부정 합격시켜 위계로써 ○○은행 면접위원들의 면접업무 및 ○○은행의 채용업무를 방해하였다.
2) 고용상연령차별금지및고령자고용촉진에관한법률위반
청구인 김○○와 나○○, 한○○은 2013년 상반기 ○○은행 신입사원 모집업무를 수행하면서 서류전형 단계에서 지원자의 연령이 자체 기준(군필 남자 29세, 여 27세)을 초과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류전형에서 배제하는 방법으로 34명, 2013년 하반기 자체 기준(군필 남자 28세, 여 26세)을 초과한 9명 등 총 43명을 탈락시키고 자체 기준을 충족한 지원자들에 대해 연령별 차등 배점 기준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였다.
청구인 이○○와 강○○은 2016년 상반기 ○○은행 신입사원 모집업무를 수행하면서 서류전형 단계에서 지원자 연령이 자체 기준(군필 남자 88년 이전 출생, 미필 90년 이전 출생)을 초과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류전형에서 배제하는 방법으로 1,719명을 탈락시키고 자체 기준을 충족한 지원자들에 대해서는 연령별 차등 배점 기준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였다.
이로써 청구인 김○○는 나○○, 한○○과, 청구인 이○○는 강○○과 각 공모하여 근로자의 모집·채용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였다.』
다. 항소심 계속 중 청구인 김○○는 2021. 2. 16. 형법 제314조 제1항 및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3조의3 제2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21초기46), 2021. 6. 8. 청구인 이○○는 형법 제314조 제1항 및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3조의3 제2항에 대하여, 청구인 윤○○, 박○○, 김□□은 형법 제314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2021초기206), 2021. 11. 22. 모두 기각되었다.
라. 이에 청구인 이○○, 윤○○, 박○○, 김□□(이하 ‘청구인 이○○ 등’이라 한다)은 2021. 12. 20., 청구인 김○○는 2021. 12. 2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청구인 이○○ 등 2021헌바404, 청구인 김○○ 2021헌바406).
2. 심판대상
가. 먼저 청구인 이○○ 등은 주위적으로 형법 제314조 제1항 가운데 ‘제313조의 방법 중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의 위헌확인을 구하면서, 예비적으로 위 조항을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예비적 청구는 동일한 조항에 관한 주위적 청구의 일부분에 불과하여 헌법재판상의 예비적 청구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따로 나누어 판단하지 아니한다(헌재 2024. 4. 25. 2021헌바21등 참조).
나. 다음으로 청구인 이○○, 김○○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3조의3 제2항 중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 부분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이는 제23조의3 제2항 전체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 제1항 가운데 ‘제313조의 방법 중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형법조항’이라 한다) 및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08. 3. 21. 법률 제8962호로 개정된 것, 이하 특별히 연혁을 표시할 필요가 없는 경우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23조의3 제2항(이하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라 하고, 이 사건 형법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08. 3. 21. 법률 제8962호로 개정된 것)
제23조의3(벌칙) ② 제4조의4 제1항 제1호를 위반하여 모집·채용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한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3조(신용훼손)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08. 3. 21. 법률 제8962호로 개정되고, 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의4(모집·채용 등에서의 연령차별 금지) ①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모집·채용
2.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3. 교육·훈련
4. 배치·전보·승진
5. 퇴직·해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08. 3. 21. 법률 제8962호로 개정된 것)
제4조의5(차별금지의 예외)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4조의4에 따른 연령차별로 보지 아니한다.
1.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2. 근속기간의 차이를 고려하여 임금이나 임금 외의 금품과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차등을 두는 경우
3.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
4.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
제23조의4(양벌규정) ① 법인의 대표자,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23조의3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할 뿐만 아니라 그 법인에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법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이 사건 형법조항(청구인들)
이 사건 형법조항 중 ‘기타 위계’, ‘업무’, ‘방해’ 등의 의미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특히 이 사안처럼 인사권자가 원하는 인원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위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 인원을 채용하는 업무는 면접위원에게만 전속되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에서 본인(청구인 등 인사권자)과 대리인(면접위원)의 업무가 중첩되는데, 이러한 경우도 업무방해죄의 ‘업무’에 포함되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아니하다.
이 사건 형법조항은 사기업의 선발·채용 절차에 임의로 적용되어 사용자가 인사권자로서 자유로이 채용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차단한다. 면접 과정에서 인사권자가 영향을 미친 행위 등을 두고 민사적 책임을 추궁하거나 행정청이 시정명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 특히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할 경우 업무의 내용과 위계 사이의 인과관계와 결과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처벌 대상이 되는 불합리성이 있다. 즉 이는 경미한 것일지라도 예외 없이, 일반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매우 중대하게 사용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사적 자치의 원칙, 계약의 자유 등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행위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와 법정형이 동일하고 공무집행방해죄보다 법정형이 더 중하며, 인사권자가 면접위원 등을 통한 면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처벌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형법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나.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청구인 이○○, 김○○)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 중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 부분의 의미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사용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까지 무분별하게 적용되어 인사권자가 사적 자치의 원칙에 의하여 독자적인 책임 하에 소속 직원의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연령을 하나의 기준으로 고려할 수 없게 함으로써 사적 자치 및 계약의 자유를 제약하고 위축시킨다. 연령차별행위에 대해서는 형벌이 아닌 행정청의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사기업에 있어 채용권자의 자유로운 채용 활동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인력 배치와 분포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되는 공익보다 침해되는 사익이 훨씬 중대하여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이라 한다) 제4조의2 제1호 및 제17조 제1항은 채용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 등을 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위 행위와 본질적으로 같거나 더 경미한 행위에 대해 형벌로써 더 과중하게 처벌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 이 사건 형법조항에 대한 판단
가. 쟁점
(1) 청구인들은 이 사건 형법조항 중 ‘기타 위계’, ‘업무’, ‘방해’ 등의 의미가 불분명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해 살펴본다.
(2) 청구인들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행위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와 법정형이 동일하고, 공무집행방해죄보다 법정형이 더 중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청구인들은 인사권자가 면접위원 등을 통한 면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형법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고 면접위원 등을 통한 면접 절차를 통해 채용하는 경우에만 이 사건 형법조항이 적용되어 처벌되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도 주장하나, 이 사건 형법조항은 면접위원 등을 통한 채용 절차의 유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차별 취급을 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부분 주장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않는다(헌재 2025. 2. 27. 2021헌바187 참조).
(3) 청구인들은 이 사건 형법조항이 사경제 영역의 선발·채용 절차에 적용됨으로써 계약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형법조항은 사기업이나 그 구성원이 행하는 선발·채용 절차에 관한 권리, 예컨대 선발·채용의 내용, 시기, 목적, 방법 등을 직접 제한하지 않고, 그러한 제한을 규범의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이 사건 형법조항에 의하여 금지되고 규율되는 것은 ‘업무방해 행위’라는 규범적으로 평가된 행위이고, 실제 선발·채용 절차에 있어 어떠한 행위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행위를 구성하여 이 사건 형법조항에 의한 처벌 대상이 되는지는 구체적 사안을 전제로 법원이 판단하여야 할 개별사건에서의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문제일 뿐이다(헌재 2025. 2. 27. 2021헌바187 참조).
청구인들은 이 사건 형법조항을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위 조항 소정의 ‘업무를 방해한’이라는 구성요건이 업무가 방해된 실제 결과가 나타나야 비로소 처벌할 수 있는 침해범인지, 실제 결과가 나타날 것까지 요구하지는 않고 방해의 위험이 있는 행위를 하는 것만으로 족한 추상적 위험범인지 하는 것 역시 그 법문의 문리적 의미, 보호법익, 입법목적 기타 관련 법조문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의미와 내용을 밝히는 ‘일반법규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에 불과하다(헌재 2011. 12. 29. 2010헌바54등 참조).
청구인들은 인사권자가 원하는 인원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위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 청구인 등 인사권자와 면접위원의 업무가 중첩되는데도 업무방해죄의 ‘업무’에 포함하여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이 역시 이 사건 형법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구체적 사안을 전제로 법원이 판단하여야 할 법률의 해석·적용 문제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청구인들의 위 주장들은 이 사건 형법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안을 전제로 법원이 판단하여야 할 법률의 해석·적용 문제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더 나아가 살피지 않는다.
나. 판단
(1) 헌법재판소의 선례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헌법재판소는 2011. 12. 29. 2010헌바54등 결정에서, 이 사건 형법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정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위계’, ‘업무’, ‘방해’ 등의 용어들이 다소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 및 업무방해죄와 같은 장에 규정되어 있는 신용훼손죄나 경매방해죄의 해석, 그 외 형사법상의 폭력, 폭행, 협박 등의 개념과 관련지어 볼 때, ‘위계’라 함은 사람을 속이거나 유혹하거나 혹은 사람의 착오·부지를 이용하는 일체의 수단을 의미하고, ‘업무’란 사람이 그 사회적 지위에 있어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을 의미하며, ‘방해’란 업무에 어떤 지장을 주거나 지장을 줄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러한 해석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으로서도 능히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서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형법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2025. 2. 27. 2021헌바187 결정에서,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위 결정 이유를 그대로 유지함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형법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 평등원칙 위반 여부
헌법재판소는 2025. 2. 27. 2021헌바187 결정에서, 이 사건 형법조항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나 공무집행방해죄와의 관계에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정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형법조항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그 행위 수단에 차이가 있으나, 궁극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사람의 경제적·사회적 활동의 안전과 자유로 동일하고, 구성요건으로 요구받는 업무방해의 수준도 다르지 않으며, 위력에 의한 경우가 위계에 의한 경우에 비해 법익 침해가 더 중하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도 없다. 양 죄의 형벌을 비교하면서 단순히 행위 수단이 되는 부분만을 떼어내어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고, 죄질과 보호법익이 크게 다르다고 보기 어려운 두 죄의 법정형을 동일하게 규정하였다고 하여 이를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공무집행방해죄는 국가기능으로서의 공무 그 자체, 즉 공무원에 의하여 수행되는 국가 또는 공공기관의 기능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반면(헌재 2024. 4. 25. 2020헌바600 참조), 업무방해죄는 일반적으로 사람의 경제적·사회적 활동의 안전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헌재 2022. 5. 26. 2012헌바66 참조), 양 죄는 보호법익이나 죄질이 다르고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요소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양 죄의 구성요건 가운데 범행 수단이 되는 행위 태양만을 분리하여 죄의 경중을 논할 수는 없고, 양 죄의 법정형을 평면적으로 비교하여 평등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 할 것이며, 그 밖에 이 사건 형법조항이 현저히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상실하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형법조항이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2)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이 사건 형법조항에 관하여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결정 이유를 그대로 유지함이 타당하다.
다. 소결론
이 사건 형법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5.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에 대한 판단
가. 쟁점
(1) 청구인 이○○, 김○○는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 중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의 의미가 불분명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해 살펴본다.
(2) 청구인 이○○, 김○○는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사적 자치의 원칙을 위축시키고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에 의하여 사업주 또는 인사권자는 소속 직원의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연령을 기준으로 지원자를 배제하거나 차별할 수 없게 되고, 그러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벌금형으로 처벌되는데, 이는 사업주로 하여금 근로계약의 상대방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정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3) 청구인 이○○, 김○○는 채용절차법 제4조의2 제1호 및 제17조 제1항이 채용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 등을 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해 과태료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위 행위와 본질적으로 같은 행위에 대해 형벌을 규정하여 달리 취급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과 위 채용절차법 조항들은 채용절차에 적용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고령자고용법은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데에 반하여(제1조), 채용절차법은 채용절차에서의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구직자의 부담을 줄이고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서(제1조), 서로 구체적인 입법목적이 다르다. 또한,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사업주로 하여금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데에 반하여, 채용절차법 제4조의2 제1호 및 제17조 제1항은 누구든지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 등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서, 그 취지나 규율 대상도 다르다. 이처럼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과 위 채용절차법 조항들은 그 입법목적이나 취지, 규율 대상 등이 전혀 다른 별개의 제도이므로, 위 채용절차법 조항들을 적용받는 자와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을 적용받는 자가 차별취급을 논의할 만한 비교집단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의 평등원칙 위반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판단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가) 의의
헌법 제12조 및 제13조에서 보장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될 것을 요구한다. 형벌조항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더러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2023. 10. 26. 2017헌가16등).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국회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기술하면 실제로 발생하는 다양한 내용의 범죄에 대하여 법률을 적용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을 규정함에 있어서는 가치개념을 포함하는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범죄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법률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법관에 의하여 구성요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 금지된 행위와 허용된 행위를 구분하여 인식할 수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08. 4. 24. 2006헌바60등; 헌재 2015. 10. 21. 2014헌바59 참조).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다.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재 2024. 5. 30. 2021헌바55등).
(나) 구체적인 판단
1) 고령자고용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고령자가 그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촉진함으로써,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령자고용법 제1조).
고용에서의 연령차별로 인하여 특정 연령층이 그 실제 능력과 상관없이 연령 때문에 고용시장으로의 진입이 거부되거나 고용시장에서 축출당하는 경우를 보호하는 것이 연령차별 금지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다.
2)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에서 사용된 ‘합리적인 이유’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결론이나 결과에 이른 근거가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한 것’을 의미하고, ‘연령을 이유로 차별’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살아온 햇수에 따라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3) 대법원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가 정한 ‘불리한 처우’란 사용자가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기간제근로자와 비교대상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전반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기간제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에서 문제된 불리한 처우의 내용과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의 사유로 삼은 사정을 기준으로 기간제근로자의 고용형태, 업무의 내용과 범위, 권한과 책임,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두2132 판결).
또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사용자에게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의 의미 및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의 의미에 대하여, ‘차별적 처우’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당해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특히 대법원은 위 판결들에 기초하여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에서 원용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2008. 3. 21. 법률 제8962호로 개정되고, 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의4 제1항 중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고 하면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로 무효인지는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감액의 대상(代償) 조치가 있는지와 그 적정성, 제도 시행으로 생긴 재원이 도입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1다241359 판결 등).
이와 같이 대법원은 근로의 영역에서의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의 의미와 그 판단 방법에 관하여 통일적이고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제도’에 관하여 안내하면서, ‘연령을 이유로 하는 차별’은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특정 연령의 도달, 특정 연령그룹 해당 여부 등을 이유로 불이익하게 대우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의 해석에 있어서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불가피성 및 비례관계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4) 한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는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제1호), 근속기간의 차이를 고려하여 임금이나 임금 외의 금품과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차등을 두는 경우(제2호),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제3호),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제4호)에는 제4조의4에 따른 연령차별로 보지 아니한다고 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비록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 자체를 열거하거나 예시한 것은 아니지만, 위와 같이 연령차별로 보지 아니하는 예외 사유를 명시함으로써 이에 비추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가령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1호에 비추어 보면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지 않는 경우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5)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의 ‘합리적인 이유’ 등과 같은 일반·추상적 기준으로 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유사한 규정이 다수 있다.
먼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제7조 제1항)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제37조 제4항 제1호), 그 차별의 정의에 관해서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를 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호 본문).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역시 사용자가 모집·채용 등 근로의 영역에서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제10조 제1항) 이를 위반하는 등의 경우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제49조), 그 차별행위의 정의에 대해서는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를 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한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또한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면서 그 정의에 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2조 제3호),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역시 마찬가지로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면서 그 정의에 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뜻한다고 규정하는데(제2조 제7호), 비록 위 법률들의 경우 위반 시 형벌을 부과하는 벌칙조항이 있지는 아니하나 “차별적 처우”에 관한 정의규정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라는 문언을 둠으로써 근로의 영역에서의 차별 해당 여부 판단 기준을 ‘합리적인 이유의 유무’로 설정하고 있다.
6) 위와 같은 고령자고용법의 입법목적 및 연령차별금지의 핵심 내용,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의 문언적 의미, 대법원과 유관기관의 해석, 관련 규정 및 유사 규정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이란 ‘유사한 상황에서 특정인이나 그가 속한 연령집단을 다른 연령의 사람이나 집단보다 불이익하게 취급하는 것’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만한 정당한 목적이 인정되지 않거나,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수단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거나 불이익의 정도가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사업주가 모집·채용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에서 모집·채용과 관련하여 사업주가 불리한 처우의 사유로 삼은 사정 및 목적의 정당성 여부, 불리한 처우의 내용 및 정도의 적정성 여부, 연령 이외의 다른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 직무의 성격이나 직무 수행의 상황에 비추어 일정한 연령집단에 속하지 아니한 자는 사회통념상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렵거나 그 훈련 등에 과도한 비용이 지출되는지 여부, 특정 연령이나 특정 연령집단이 그 실제 능력에 관계없이 연령 때문에 고용시장으로의 진입이 거부되거나 고용시장으로부터 축출되는 것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판단 방법이 도출될 수 있다.
7)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정한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인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위와 같은 핵심적 내용이 확인됨으로써 이를 중심으로 하여 그 의미 내용의 전체적 윤곽이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특히 법률전문가들로서는 위와 같은 내용을 기준으로 하고 위와 같은 판단 방법에 의거하여 구체적인 사안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반인이라도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에서 무엇이 금지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 정도라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수범자인 사업주가 모집·채용에 있어 자신의 행위를 결정해 나가기에 충분한 기준이 되고, 집행자의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어 있다고 볼 정도의 의미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8) 한편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의 차별 사유인 연령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유동적 성격을 가지는 점,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규율하는 모집·채용 영역에서의 차별은 그 적용 대상인 사업이나 직무가 다양하고, 차별기준인 특정 연령이나 특정 연령집단 역시 다양한 점, 연령에 따른 차별의 방식·차별의 내용 및 정도 등이 다양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법 규범의 적응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일반·추상적인 내용의 입법이 불가피한 면이 있고,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 모집·채용 영역에서의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의 종류를 분류하고 그에 따른 기준과 판단 방법을 세분화하는 것은 입법 기술상 곤란한 면이 있다.
9) 그렇다면 비록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모집·채용에 있어서의 연령차별의 기준을 일반·추상적 개념인 ‘합리적인 이유의 유무’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그 구체적인 의미에 대하여 법적 자문을 고려한 예견가능성이 있을 뿐더러 집행자의 자의가 배제될 정도의 의미 내용을 가지고 있으며, 입법 기술적으로도 불가피한 면이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다) 소결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모든 영역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이러한 헌법이념을 구현하기 위하여 입법자는 근로의 영역, 특히 고용의 영역에서 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위한 법체계를 확립해 놓고 있다. 즉,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고용(모집·채용 등)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특정한 사람들의 집단을 포함)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ILO) 또한 ‘고령근로자의 평등대우와 보호에 관한 권고(제162호)’에서 고령근로자에 대한 고용차별금지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고용의 영역에 있어서 기회의 균등 내지 연령차별의 금지는 우리 법체계 내에서 정립된 기본질서이자 보편적인 국제규범에 해당한다.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 역시 위와 같은 헌법의 이념과 이를 구체화하고 있는 전체 법체계 내지 기본질서와 부합하게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그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촉진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으로(고령자고용법 제1조),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연령을 이유로 고용차별이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단순히 선언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위반한 경우에 대한 벌칙을 정함으로써 연령차별금지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차별행위를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고령자고용법은 당초 고령자의 취업기회를 확보하고 고령자들에게 취업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되었으나 제정 당시에는 모집·채용과정에서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등을 차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금지하거나 이를 위반할 경우에 대한 벌칙조항이 마련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8. 3. 21. 법률 제8962호로 개정되면서 고령자의 취업을 지원·촉진하는 것에서 나아가 차별의 적극적인 금지까지 포함하기 위해 근로관계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연령차별을 금지하게 되었고, 특히 모집·채용 분야에서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신설되었다.
연령차별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행위가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고(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국가인권위원회는 연령차별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진정인에게 구제조치 등을 권고할 경우 권고내용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통보하게 되며(제4조의6 제2항), 고용노동부장관은 사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인정되면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시정명령을 할 수 있기는 하다(제4조의7 제1항). 그러나 근로영역 전반에 대한 연령차별을 금지하면서 모집·채용에서의 연령차별에 관하여 형사처벌을 하는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마련된 것은, 근로관계 성립 이전에는 연령차별이 발생하더라도 차별피해자를 채용하도록 강제하는 명령을 내리기 곤란하고, 차별 피해자는 채용기회의 배제 등으로 인한 손해를 증명하기 어려우므로, 모집·채용 분야의 연령차별을 사전에 예방하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즉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또는 시정명령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조치가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으로 귀결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사후적인 조치이므로 사용자의 연령차별행위를 예방하는 수단으로는 불완전하다.
사용자에게 형벌이라는 제재 대신 과태료 등의 행정상 제재를 가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태료 등의 행정상 제재로 충분할 것인지, 아니면 나아가 형벌이라는 제재를 동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것인지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헌재 2012. 6. 27. 2011헌마288 참조). 모집·채용 분야에서의 연령차별 행위는 그 특성상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음성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민사·행정적 절차에 따른 사실조사만으로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수사절차를 통해 사안의 전모가 밝혀질 여지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과태료 처분만으로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의 법정형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그 벌금형의 하한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 법관에게 양형재량권을 발휘할 여지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 사안에서 행위의 동기, 보호법익의 침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죄질과 행위자의 책임에 따른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모집·채용 분야에서 연령차별금지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또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시정명령 및 위반 시의 과태료 부과 외에 형벌을 규정한 것으로서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범죄의 설정에 관한 입법재량을 일탈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에 따른 계약의 자유 제한이 그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
(다)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을 개별 법률, 특히 고용의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조항으로, 사업주에 의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자의 모집·채용 분야에서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이 이루어지는 경우 그 사업주를 처벌함으로써 고용 영역에서의 평등원칙을 실질적으로 실현한다는 매우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입법된 것이다.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에 의하여 사용자 또는 인사권자는 소속 직원을 채용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연령을 기준으로 지원자를 배제하거나 차별할 수 없게 됨으로써 계약의 자유를 제한받게 되나, 직무의 성격상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는 연령차별에서 제외되므로 그 제한은 연령으로 인한 차별이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에 그쳐 제한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볼 수 없는 반면,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고용의 영역에서 차별 금지 및 실질적인 균등 기회 부여라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므로,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라) 소결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다. 소결론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6.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에 관한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김상환, 재판관 김복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재판관 김상환, 재판관 김복형의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형벌조항의 일부로서 범죄의 구성요건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명확성의 정도를 갖추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문제의식
(1) 모집·채용 분야의 연령차별행위를 범죄로 규정한 입법 경위
고령자고용촉진법은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1991. 12. 31. 법률 제4487호로 제정되었으나, 제정 당시에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명문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2. 12. 30. 법률 제6849호로 개정되면서,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여 모집, 채용 또는 해고 단계에서 ‘고령자 또는 준고령자’임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제4조의2)을 신설하였다. 다만, 당시에는 별도의 제재장치가 마련되지는 않았다.
이후 2008. 3. 21. 법률 제8962호로의 개정을 통해 법률명을 현재와 같이 고령자고용법으로 변경하는 한편, 고용에서의 연령차별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종전에 ‘고령자(준고령자)’를 이유로 한 차별 금지의 틀을 ‘연령 그 자체’를 이유로 하는 차별 금지의 틀로 전환하였다. 또한 기존에 ‘모집, 채용, 해고’ 분야로 국한하던 차별금지의 분야를 고용과 관련된 모든 과정, 즉 모집·채용,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 후생, 교육·훈련, 배치·전보·승진, 퇴직·해고 분야로 확대하였다(제4조의4 제1항).
그리고 연령차별 금지규정 위반 행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을 위한 구제 방안을 마련하였다. 즉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고, 진정에 대한 조사결과 연령차별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는 피진정인 등에게 구제조치 등을 권고할 수 있으며(제4조의6), 그러한 권고의 불이행에 대하여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제4조의7), 정당한 사유 없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제24조 제1항) 하였다.
고령자고용법은, 고용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한편 금지규정의 관철을 위하여 앞서 본 구제 방안을 입법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유독 ‘모집·채용’ 분야의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행위에 대해서는 벌금형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벌규정 즉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을 두었다.
사회적 비난가능성 등 형벌로 대응할 필요성의 관점에서 ‘모집·채용’ 분야의 연령차별행위와 다른 분야의 연령차별행위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없지 않지만, 위 입법으로 ‘모집·채용’ 분야의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행위만이 범죄로 규정되었다.
아래에서 밝힐 견해는, 형벌조항의 일부로서 범죄의 구성요건을 정하고 있는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고령자고용법이 고용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한편, 금지규정의 관철을 위하여 앞서 본 비형벌적 구제 방안을 마련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나 의견이 아님은 물론이다.
(2)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심사기준과 그 의미
일반적으로 국민에게 의무나 부담을 부과하는 규범은 수익적 성격을 가지는 규범에 비해 더 높은 정도의 명확성이 요구되고, 특히 죄형법정주의가 지배하는 형사 관련 법률에 대해서는 한층 더 엄격한 명확성 기준이 적용된다(헌재 1992. 4. 28. 90헌바27등; 헌재 2008. 11. 27. 2007헌바51 참조).
만약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라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준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를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더 이상 실현될 수 없다(헌재 2013. 7. 25. 2011헌가26등 참조).
형벌조항에 강도 높은 명확성을 요청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수단으로 선택되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는 요청에도 부합한다(헌재 2009. 11. 26. 2008헌바58등 참조).
따라서 입법자가 국민의 어떠한 행위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기로 한 경우, 그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기준 그리고 형벌조항 적용 범위의 경계를, 형벌조항의 수범자인 국민 및 형벌조항의 적용 범위를 정할 소추기관, 법원 등 모두가 사전에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
(3) 근로관계 형성 이전(以前)의 국면을 규율하는 상황의 특수성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평등원칙은 고용 영역에도 적용된다.
모집·채용 분야는 근로관계의 진입을 위한 관문에 해당하므로, 이 단계에서의 기회균등 보장은 고용 전반에서의 차별금지를 실질화하기 위한 전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일반 사업장에서의 근로관계는 기본적으로 사적(私的) 영역에 속하고, 그 중에서도 모집·채용 분야는 근로자가 사업주와 근로관계를 형성하기 이전(以前) 단계에 해당한다. 사업주에게는 계약의 자유의 일환으로 계약 체결의 여부, 계약의 상대방, 계약의 방식과 내용 등을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할 자유가 인정되는데(헌재 2024. 2. 28. 2019헌마500 참조), 근로계약의 상대방을 자신이 원하는 기준과 방식으로 정할 수 있는 자유도 이에 포함된다. 근로자의 채용은 기업경영의 실적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므로, 아직 근로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단계에서 사업주가 근로계약의 체결과 관련하여 갖는 의사결정의 자유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사업주가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갖는 의사결정의 자유에 비하여, 사업주에게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구성요건의 불명확성 자체만으로도 사업주의 근로계약 상대방을 원하는 기준과 방식대로 정할 자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가 범죄의 구성요건으로서 명확한 문언인가?
(1) 문언 자체에서 판단 기준이나 방향 등을 알아내기 어렵다.
‘합리적’의 사전적 의미는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한’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란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한 근거를 결여한 상황’을 의미한다.
어떠한 경우가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한 것인지는 평가하는 사람의 가치관이나 경험 등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합리성이란 다양한 영역에서 그 영역이 추구하는 목적이나 가치 등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가능한 추상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위 문언의 해석만으로는 어떠한 사유가 연령상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에 해당하는지, 즉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사업주의 정당한 인사재량인지 아니면 이를 벗어나 연령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이나 방향을 알아내기 매우 어렵다.
(2) 입법취지를 고려하고 관련 조항을 유기적·체계적으로 해석해도 마찬가지다.
(가) 사업주의 연령차별행위에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나 방향과 관련하여 다음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가령 연령차별행위의 존재만으로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을 적용하고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면책된다는 견해, 아니면 당해 사건의 경우처럼 행위 당시 행위자의 입장을 기준으로 하여도 연령차별행위에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범죄가 성립한다고 봄으로써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의 적용범위를 매우 좁게 설정하는 관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느 쪽을 선택할 뚜렷한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범죄의 중요 구성요건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라는 문언을 두고 있는 이상 위 구성요건의 의미를 함부로 과소 혹은 과잉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 노동시장에서 사업주가 입사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함에 있어서는 불확실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업주에게 주어지는 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업주로서는 자신의 축적된 경험 등에 기초하여 능력 등 다양한 요소를 검토한 후 나름 타당하거나 합리적이라는 판단 하에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업주의 경우 자신의 채용 판단이 연령을 불합리하게 차별한 결과인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합리적인 이유’의 유무를 판단할 기준이 보다 분명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다.
(나)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의 입법취지는 모집·채용 단계에서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을 금지하여 근로자가 그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촉진하며, 나아가 고용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근로의 기회균등과 평등원칙은 근로관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모집·채용 단계부터 실현되어야 한다는 데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이러한 정당한 목적을 실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가장 억지력이 강한 수단인 형벌을 동원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위와 같은 입법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어떠한 경우가 불합리한 연령차별행위에 해당하여 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그 객관적 기준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다)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5에서 연령차별행위의 예외사유로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나, 그 불가피성의 의미와 정도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불명확한 추상성의 범주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가 연령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차이가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인지, 학습능력·적응능력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인지 등 조문 자체만으로 이를 알기 어렵다.
사업주는 경험적 데이터를 기초로 업무 수행능력이나 조직문화, 근무기간의 확보, 사회적 인적자원 활용의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모집·채용 단계에서 연령을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나, 이러한 요소들이 예외규정에서 제시한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는지 쉽게 예측하기 곤란하기도 하다.
(라) 고령자고용법 제2조 제3호는 ‘사업주’를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로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사업주 전부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상시근로자의 수나 매출 규모, 법인의 형태 등에 따라 연령차별행위에 합리적인 이유 유무가 달리 판단될 여지도 없지 않다.
예컨대, 소규모(영세) 사업장의 모집·채용 절차는 사업주 개인의 판단이나 경영전략에 보다 많이 좌우될 수 있고, 근로계약 체결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더 두텁게 보호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반면,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모집·채용 절차가 정형화되고 체계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 사회적 영향력이나 책임에 비추어 채용절차의 공정성 확보가 더 강하게 요청될 수 있다.
요컨대 위와 같은 문제 상황은 영세사업장과 대기업의 사업주가 동등한 수준으로 연령차별금지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의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사업장의 규모나 성격 등을 연령차별의 ‘합리적인 이유’ 유무 의 판단에 고려할 수 있는지 여부나 그 기준 등에 관하여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마)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하는 평등원칙이 법을 적용하고 입법을 함에 있어 불합리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실질적 평등을 뜻하므로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경우에만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고 있다(헌재 2003. 7. 24. 2002헌바51; 헌재 2017. 5. 25. 2015헌마1110 등 참조).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는 사실상 헌법재판소가 재판규범으로 삼고 있는 ‘평등원칙에 대한 자의금지 내지 합리성 심사 기준’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재판규범의 경우 사회현실에 나타나는 여러 현상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흠결 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보다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가능하다는 것이므로(헌재 2013. 10. 24. 2011헌바138 참조), 행위규범의 성격이 강조되는 형벌조항이 명확한지 여부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위 취지를 그대로 원용할 것은 아니다.
분쟁의 발생 이후 분쟁의 타당한 해결을 위하여 재판기관이 합리성 기준을 재판규범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해서, 사업주 또한 그러한 추상적 합리성 기준만으로도 자신의 채용 행위의 위법 여부를 사전에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3)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의한 보완 역시 곤란해 보이고 해석사례가 축적되어 있지도 않다.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2009. 3. 22.부터 시행되었음에도 약 17년 동안 법원에서 모집·채용 분야에서의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행위에 대하여 판단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보인다. 즉, 모집·채용 분야에서의 ‘합리적인 이유’의 의미를 구체화할 수 있을 정도로 법원의 해석사례가 축적되어 있지 아니하다.
물론 대법원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의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된 이른바 ‘임금피크제’ 사건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부분의 의미에 대하여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설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1다24135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는 이미 고용된 근로자에 대한 임금 영역의 차별 문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위 판결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나 ‘그 방법 또는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라는 해석 역시 보충적 해석이 필요한 추상적인 개념들이다. 결국 수범자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법적용기관의 판단을 받아보아야 사후적으로 금지되는 행위를 알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이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려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의 연령차별 판단사례뿐 아니라 법원에서의 해석사례가 축적되어 차별의 유형이나 기준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그에 기초하여 구성요건의 명확성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이유이다.
다. 결론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형벌규정으로서, 입법자가 정당한 채용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서는 연령차별행위의 구성요건을 보다 세심하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채 지나치게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규정하였다.
이로써 위 조항을 지켜야 할 국민에게 명확한 행위 기준 혹은 지침을 제공하는 데 실패하였을 뿐 아니라, 법집행기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넓은 재량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고령자고용법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재판관 김상환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오영준
[별지] 청구인 명단
(2021헌바404)
1. 이○○
2. 윤○○
3. 박○○
4. 김□□
위 청구인들의 대리인 변호사 권은민, 정준화, 권태형
(2021헌바406)
김○○
대리인 법무법인(유) 화우담당변호사 유승남, 박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