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건 2021헌바83 군형법 제92조의3 위헌소원
청 구 인 이○○
대리인 법무법인 담정
담당변호사 이용호
당 해 사 건 고등군사법원 2020노414 군인등강제추행, 명예훼손
[주 문]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된 것) 제92조의3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사단 ○○연대 ○○대대 ○○중대 ○○연구실에 있는 소파에서, 군인인 피해자 청구 외 김○○(가명, 여, 23세)을 강제추행하기로 마음먹고 다리로 피해자의 양 다리를 겹쳐서 잡고,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 청구인 쪽으로 끌어당기고, 오른팔로 피해자의 목과 어깨를 감싸 안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공소사실(군인등강제추행)을 비롯하여, 명예훼손,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협박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제1심 군사법원은 2018. 8. 6. 그 중 군인등강제추행, 명예훼손의 점을 인정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형을 선고하였고, 협박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로 판단하고,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의 점에 관한 공소는 기각하였다(제5군단 보통군사법원 2017고69).
나. 위 제1심판결에 대하여 청구인과 군검사 모두 항소하였는데, 고등군사법원은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 및 공소기각 부분을 파기하고, 공소사실 중 군인등강제추행의 점 및 명예훼손의 점은 각 무죄로 판단하고,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의 점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고, 군검사의 제1심 판시 무죄 부분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였다(고등군사법원 2018노256).
다. 군검사는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2020. 12. 10. 원심판결 중 군인등강제추행의 점,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9도12282).
라. 청구인은 파기환송심(고등군사법원 2020노414) 계속 중 군형법 제92조의3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1. 3. 5. 기각되자(고등군사법원 2021초기1), 그 결정문을 같은 달 11.에 송달받은 뒤, 위 조항이 벌금형의 선고 가능성을 열어두지 아니하는 등의 이유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2021. 4. 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된 것) 제92조의3(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된 것)
제92조의3(강제추행) 폭행이나 협박으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관련조항]
군형법(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된 것)
제1조(적용대상자) ① 이 법은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대한민국 군인에게 적용한다.
② 제1항에서 "군인"이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兵)을 말한다. 다만, 전환복무(轉換服務) 중인 병은 제외한다.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군인에 준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
1. 군무원
2. 군적(軍籍)을 가진 군(軍)의 학교의 학생·생도와 사관후보생·부사관후보생 및 「병역법」 제57조에 따른 군적을 가지는 재영(在營) 중인 학생
3. 소집되어 복무하고 있는 예비역·보충역 및 전시근로역인 군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형법 상 강제추행 등 다른 법률조항과 달리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어 범행의 동기, 범행의 태양 및 정도, 피해자의 처벌의사 등에 관계없이 벌금형을 선택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경미한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군간부에 대하여도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군인사법 상 당연제적사유에 해당하게 되고, 군인연금법에 의해 퇴직급여액이 삭감되는 등 불이익이 가해진다. 그렇다면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규정하지 않은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고,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도 위배되며, 청구인의 행복추구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2018. 12. 27. 2017헌바195등 결정 및 2020. 12. 23. 2019헌바52등 결정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가) 심판대상조항은 엄격한 기강과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요구되는 군에서 구성원들 사이에 발생하는 강제추행을 엄히 규율함으로써 군 조직 구성원에 의한 강제추행 범죄로부터 구성원 개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나아가 군 기강의 확립을 통해 전투력을 유지하고자 마련되었다.
(나) 군은 본질적으로 무력에 의하여 국가를 수호하고 국토를 방위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전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한다. 이러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군 조직 구성원들은 유사시 자신의 생명을 동료에게 맡길 정도의 전우애와 신뢰관계 형성이 요구된다.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는 범죄는 군 조직 구성원 사이에 발생하는 강제추행으로서, 전우애를 다지고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할 구성원을 오히려 그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고, 이는 자칫 군 전투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그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둔 것은 죄질에 상응하는 형벌을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는 군인등강제추행죄는, 행위주체와 객체가 모두 군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인데 군대 조직은 철저히 계급으로 이루어진 사회이므로 위계질서를 이용하여 위와 같은 범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군 조직 내에서 강제추행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 그 결과는 피해자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넘어 군의 전투력 보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반적으로 비난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하여 군영 외부에서 범죄가 발생하거나 업무상 지휘·감독 관계가 없는 군인 및 이에 준하는 사람을 강제추행한 경우까지 심판대상조항을 일률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처벌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군영 밖이나 직접적인 지휘·감독 관계에 있지 않은 자 사이에서 이루어진 강제추행의 경우에도 위계질서를 이용하여 범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범죄로 인한 결과가 피해자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넘어 군의 전투력 보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만약 군영 밖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이유로, 또는 행위자 사이에 직접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군 조직에 적용되는 규율체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군 기강의 해이로 이어질 것이고 전투력의 약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군영 밖이나 직접적인 지휘 감독 관계에 있지 않은 자 사이에 이루어진 강제추행이라 하더라도 이를 군형법으로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군기강을 바로잡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에서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나 행위주체와 객체 사이의 관계를 불문하고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한 것이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심판대상조항이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규정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불법과 책임의 불일치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관의 양형을 통하여 상당 부분 시정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처단형의 범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서 상당히 넓고, 작량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집행유예 결격사유가 없다면 법관이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할 수 있으며,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 유무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한 법관의 작량감경에 의하여 죄질과 피고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과할 수 있다.
(마)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그 법정형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거나 과잉형벌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평등원칙 위배 여부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는 범죄는 범행장소가 군영 내로 한정되어 있지 않으나, 행위주체와 객체가 모두 ‘군인 및 이에 준하는 사람’이라는 특수한 지위를 보유해야 하고, 이들은 상명하복의 계급구조 안에서 군 조직 구성원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여 군의 전투력 유지에 기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형법 상 강제추행죄는 행위주체와 객체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죄는 행위객체를 아동·청소년 또는 13세 미만의 사람으로 한정할 뿐 행위주체에 대하여 어떠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그 성립범위가 심판대상조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넓다. 이들 죄로 인한 결과를 보더라도, 그 성립범위와 행위 태양의 다양성 등에 비추어 피해 정도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결과에 비하여 경미하고 불법의 정도 역시 낮을 수 있는 반면,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행위 태양이나 행위자의 죄질 등에 비추어 더 무겁게 처벌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입법자는 이들 죄의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그 성립범위와 행위 태양의 다양성, 죄질과 보호법익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징역형과 함께 벌금형을 선택형으로 하는 등의 방식으로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가할 수 있도록 법정형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위 각 죄와 비교할 때, 행위주체와 객체의 법적 지위 등 구체적 구성요건이 다르고, 그 성립범위와 행위 태양도 제한적이며, 군의 존립목적과 군 조직의 특수성 등에 비추어 보호법익과 범죄의 죄질도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징역형만을 법정형으로 정한 것은 구성요건과 죄질 및 보호법익 등의 차이를 고려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선례변경의 필요성 여부
선례의 판단은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고, 이를 변경할 특별한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형벌체계의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다. 그 밖의 청구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법정형으로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군인사법상 당연제적사유에 해당하게 되어 군인 신분을 상실하고 퇴직급여액이 감액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되는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의 범죄를 저질러 군인 신분을 상실하는 불이익을 받는 것은 군인사법상 당연제적사유를 규정한 조항(제40조 제1항 제4호)과 군인연금법 상 형벌 등에 의한 급여제한을 규정한 조항(제38조 제1항)으로 인한 것이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