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건 2019헌바129 민법 제162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청 구 인 1. 황○○
2. 최○○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최정규, 서치원, 서창효, 유승희,
조영신
당 해 사 건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18가합52 손해배상(기)
[주 문]
1.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62조 제1항, 제166조 제1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모자지간으로 둘 다 지적장애 2급의 장애인이다. 청구인들은 2001년경 정○○이 운영하는 한과 제조공장에 가게 되었고, 이후 청구인 황○○는 2001. 9. 20.경부터, 청구인 최○○은 2002. 6. 1.경부터 각 2016. 10. 20.경까지 보통 주 6일, 1일 10시간씩 일하였다. 그런데 정○○은 위와 같이 청구인들이 근로를 제공한 기간 동안 청구인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나. 대전지방검찰청 검사는 2017. 6. 2. 정○○을 근로기준법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위반죄 등으로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 공소를 제기하였고, 같은 법원은 2017. 8. 11.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정○○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2017고단412). 이에 정○○이 대전지방법원에 항소하였으나 2017. 11. 2. 그 항소가 기각되었고(2017노2655), 이후 정○○의 상고 또한 2018. 1. 24. 기각되어 위 유죄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17도19171).
다. 청구인들은 2018. 1. 22. 정○○을 상대로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 위 가.항 기재 기간 동안의 부당이득반환 내지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2018가합52).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2019. 3. 28. 위 가.항의 기간 동안 정○○이 청구인들의 노무 제공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고 청구인들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함으로써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면서, 다만 정○○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청구인들이 같은 법원에 소를 제기한 2018. 1. 22.부터 역산하여 10년이 지난 부분은 민법 제162조 제1항, 제166조 제1항에 따라 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취지에서 청구인들의 청구를 일부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도 2020. 12. 15. 위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대전고등법원 2019나12105).
라. 청구인들은 위 1심 계속 중인 2018. 9. 13.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 민법 제162조 제1항, 제166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49조 중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3항에 규정된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에 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9. 3. 28. 그 신청이 각하되었고(2018카기1048), 청구인들은 2019. 4. 18. 위 조항들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3항의 “장애인학대” 사건 유형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와 같은 경우에도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과 시효기간을 그대로 적용하는 민법 제162조 제1항, 제166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49조가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62조 제1항, 제166조 제1항,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9조(이하 위 민법 조항들을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이라 하고, 위 근로기준법 조항을 ‘근로기준법상 소멸시효 조항’이라 하며, 위 조항들을 모두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62조(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 ①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제166조(소멸시효의 기산점) ①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9조(임금의 시효) 이 법에 따른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
멸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당해 사건은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3항의 “장애인학대”에 관한 사건으로서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고, 명확한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과도하게 긴 시간 근로를 하게 되며 휴일이나 휴식시간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등 근로관계 형성 및 근로 제공 과정에서 일반적인 근로관계와 다른 특수성이 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위와 같은 사건 유형에서도 채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기간을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적 안정성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청구인들과 같은 지적장애인들의 기본권 보호를 도외시한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4. 근로기준법상 소멸시효 조항에 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해당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 경우 재판의 전제가 된다는 것은 그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야 하고, 그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1995. 2. 23. 92헌바18; 헌재 2002. 11. 28. 2000헌바70 등 참조).
근로기준법상 소멸시효 조항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금채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기간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당해 사건은 청구인들이 정○○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사건이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금채권을 행사하는 사건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상 소멸시효 조항은 당해 사건 재판에 적용될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상 소멸시효 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 및 그 범위가 주된 쟁점인 당해 사건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근로기준법상 소멸시효 조항은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5.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에 관한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헌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국회에서 제정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정해지므로 헌법상의 재산권은 이를 통하여 실현되고 구체화하게 된다(헌재 1993. 7. 29. 92헌바20 등 참조). 그렇다 하더라도 입법자가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함에 있어서 무제한적인 형성의 자유를 가지는 것은 아니며 어떠한 재산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사적 유용성과 처분권을 본질로 하는 재산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인간의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이루어나가기 위한 범위에서 헌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 정한다는 것은 헌법적으로 보장된 재산권의 내용을 구체화하면서 이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헌재 2001. 4. 26. 99헌바37 등 참조).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에 의할 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에 따라 재산권인 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제한되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 제한의 입법한계를 넘었는지 여부가 문제 된다. 다만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등 채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시효기간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헌재 2001. 4. 26. 99헌바37; 헌재 2003. 1. 30. 2002헌바61등; 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등 참조),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의 위헌 판단은 그것이 현저히 자의적이어서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2) 청구인들은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행복추구권은 다른 기본권에 대한 보충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보호영역으로서 재산권이 문제 되는 경우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은 서로 특별관계에 있어 기본권의 내용상 특별성을 갖는 재산권의 침해 여부가 우선함에 따라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에 관한 심사는 배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재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헌재 2009. 4. 30. 2007헌바73등; 헌재 2014. 7. 24. 2012헌마662 등 참조).
나. 재산권 침해 여부
(1) 민법상 소멸시효제도는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 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이다. 이러한 소멸시효제도의 일반적인 존재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오랫동안 계속된 사실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그 위에 구축된 사회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정한 사실상태가 계속되면 이를 기초로 새로운 다수의 법률관계가 형성되기 마련인데, 그 사실상태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하여 부인한다면 이를 기초로 맺어진 법률관계가 흔들리게 됨에 따라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 둘째, 일정한 사실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그동안 진정한 권리관계에 대한 증거가 없어지기 쉬우므로 계속된 사실상태를 진정한 권리관계로 인정함으로
써 과거사실의 증명 곤란으로부터 채무자를 구제하고 분쟁의 적절한 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미 채무를 변제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증명이 어렵게 된 채무자는 소멸시효제도를 통해 이중변제를 면하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진정한 권리관계의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채권자가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더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믿은 채무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채권자에게도 신의칙상 그 권리의 행사가 채무자에게 불의타가 되지 않도록 자신의 권리를 적시에 행사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고, 채권자가 장기간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채무자는 채무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되거나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게 되므로 채권자의 권리행사 태만을 제재하고 채무자의 정당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민법상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타당하다. 부당이득반환청구의 경우에도 장기간 계속된 사실상태를 바탕으로 형성된 법률관계를 존중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고, 과거사실의 증명 곤란으로 인한 이중변제 위험으로부터 채무자를 구제하며, 장기간의 권리 불행사에 대한 채무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소멸시효제도의 적용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미지의 당사자간에 예기하지 못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수익자는 손실자로부터 언제 어느 정도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기 어렵다. 수익자와 손실자 사이에 계약관계가 존재하는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손실자가 수익자로부터 부당이득반환청구 이외의 수단으로 그 이득을 도로 찾아올 수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고, 그와 같은 다른 수단이 없는 경우에 비로소 손실자의 수익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할 수 있으므로 부당이득반환관계에 있어 반환의무자인 수익자로서는 일반적으로 그 법적 지위가 다소 불안정하게 된다. 따라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산점으로부터 일정한 기간이 지나게 되면 그 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도록 함으로써 민사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하고 증거보전의 곤란을 구제하며 이로써 민사분쟁의 적정한 해결을 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입법자는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을 통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에도 그 객관적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도록 하되, 시효기간의 경우에는 채권 일반에 대한 원칙적인 시효기간인 10년이 경과하면 시효가 완성되어 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소멸하도록 한 것인바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에는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
(2) 일반적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 기산점과 시효기간의 기준 자체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3항의 “장애인학대”에 관한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도록 규정된 것이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청구인들은 당해 사건이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3항의 “장애인학대”, 즉 ‘장애인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정서적·언어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에 관한 것임을 들어,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이 위와 같은 특수한 유형의 사안에서도 소멸시효 기산점과 기간을 그대로 적용하도록 한 것이 입법재량을 벗어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특정한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가해행위를 전제하지 않고, 그러한 가해행위의 유무와 무관하게 일정한 사건에 의하여 재산적 가치가 이동한 경우 그 수익을 환수하여 공평의 원칙을 실현하는 데 취지가 있다. 청구인들 주장과 같이 당해 사건의 기초가 된 사회적 생활관계가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3항의 “장애인학대”에 관한 것일 수 있으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의 보전이나 응보와 별개의 취지에서 성립하고 행사되는 것이므로 거기에는 소멸시효의 존재이유인 ‘법적 안정성의 보호, 채무자의 이중변제 방지, 채권자의 권리 불행사에 대한 제재 및 채무자의 정당한 신뢰보호’가 그대로 타당하고, 따라서 민법상 소멸시효조항의 기산점과 시효기간을 그대로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보장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 장애발생 예방과 장애인의 의료·교육·직업재활·생활환경개선 등에 관한 사업을 정하여 장애인복지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며, 장애인의 자립생활·보호 및 수당지급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장애인의 생활안정에 기여하는 등 장애인의 복지와 사회활동 참여증진을 통하여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로(같은 법 제1조), 이러한 목적 실현을 위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장애인학대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장애인에 대한 방문 상담 등의 지원 사업을 실시하도록 하고(같은 법 제32조의6 제1항 제2호), 장애인학대의 예방과 방지를 위하여 일정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등의 규율을 하고 있다(같은 법 제59조의11 참조). 그런데 장애인복지법의 목적과 규율 내용을 살펴볼 때,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이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 “장애인학대”에 관한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도록 하는 취지의 법률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설령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이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3항의 “장애인학대”에 관한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시효기간을 그대로 적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위 조항이 입법자에게 부여된 형성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3) “장애인학대”에 관련된 부당이득반환청구 사건에 있어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해 별도의 규정을 두어 장애인들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기초가 되는 사정에 대하여 인식하거나 인식할 수 있었을 때로부터 시효가 진행한다고 하거나, 설령 객관적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시효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장애인학대”에 관한 사건에 있어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등의 시효기간을 10년보다 장기로 하는 입법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고,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그 기간을 얼마로 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그 채권의 성질과 발생원인 등을 고려하여 입법의 재량으로 결정할 문제에 해당하므로(헌재 2001. 4. 26. 99헌바37; 헌재 2003. 1. 30. 2002헌바61등; 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등 참조), 위와 같은 입법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을 둔 입법자의 판단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4) 그렇다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에도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10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한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은 합리적이며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선애의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7. 재판관 이선애의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에 관한 보충의견
나는 법정의견과 같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관련하여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입법론으로 지적장애인에 대한 “장애인학대”에 관한 사건의 경우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을 현행법보다 장기로 규정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가. 청구인들은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2항에 따른 지적장애인이고, 당해 사건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생활관계는 정○○이 청구인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그들의 노무를 제공받아 이익을 취한 것으로서 이는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장애인학대”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학대”는 ‘장애인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정서적·언어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뜻하므로 이러한 “장애인학대”에 관한 사건의 경우에는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채권의 일종이므로 그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에 의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특칙으로서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거나,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한 때에는 소멸하게 된다고 규정한다(민법 제766조 참조). 그런데 “장애인학대”에 관한 사건 유형에서 지적장애인들이 처한 상황, 즉 근로조건에 관하여 협의를 하지 않거나 협의를 하더라도 그 존부 및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한편으로 의식주에 대한 의존관계 등으로 인하여 부당하게 형성된 근로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특히 현행법이 소멸시효기간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으로 규정한 것은 지적장애인의 위와 같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입법이라고 볼 수 없다. 현행법에 따를 경우 지적장애인이 노무를 제공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해자의 이익은 커질 수 있음에 반하여 피해장애인이 법적으로 전보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제소 시로부터 역산하여 10년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다. 이러한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하여 지적장애인에 대한 “장애인학대”에 관한 사건의 경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을 현행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보다 장기화하는 입법적 개선을 생각하여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원칙적 소멸시효기간을 5년으로 하면서도 고문이나 가혹행위 또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시효기간을 20년으로 한다고 규정한 프랑스 민법의 입법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프랑스 민법 제2224조, 제2226조 참조).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