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안지영 외 2인
【변 호 인】
변호사 김효희
【주 문】
피고인을 징역 6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22. 7. 25. 자 수도불통의 점은 무죄.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수원시 (주소 생략)에 있는 ○○빌라 △동 (호수 1 생략)에 거주하는 주민이다.
피고인은 2022. 7.경 위 ○○빌라 입주민들에게 공용배관의 누수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였으나, 입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배관 공사로 진행할 경우 자신이 입은 피해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여 그곳 입주민들과 공용배관 공사 방법에 대해 협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던 중, 2022. 7. 16.경 임의로 위 빌라 외부에 있는 공용계량기함의 밸브를 잠근 후 자물쇠와 쇠사슬을 이용하여 열지 못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중의 음용수를 공급하는 수도 시설을 손괴 기타 방법으로 불통하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1, 공소외 2의 각 법정진술
1. 공소외 1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문자메시지(증거목록 순번 2)
1. 녹취서
1. 현장 사진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195조
1. 정상참작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거듭 참작)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2022. 7. 16. 공용계량기함의 밸브를 잠그고 자물쇠와 쇠사슬로 열지 못하게 한 사실(이하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라 한다)은 있으나, 이는 당시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누수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빌라 세대원들과 협의하에 진행한 것으로서 형법상의 정당행위 내지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1)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를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라 사회상규에 의한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로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위 ‘목적·동기’, ‘수단’, ‘법익균형’, ‘긴급성’, ‘보충성’은 불가분적으로 연관되어 하나의 행위를 이루는 요소들로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상당성’ 요건은 행위의 측면에서 사회상규의 판단 기준이 된다.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 평가되려면 행위의 동기와 목적을 고려하여 그것이 법질서의 정신이나 사회윤리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어야 한다. 수단의 상당성·적합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은 결과의 측면에서 사회상규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다. 이에 비하여 행위의 긴급성과 보충성은 수단의 상당성을 판단할 때 고려요소의 하나로 참작하여야 하고 이를 넘어 독립적인 요건으로 요구할 것은 아니다. 또한 그 내용 역시 다른 실효성 있는 적법한 수단이 없는 경우를 의미하고 ‘일체의 법률적인 적법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을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7도2760 판결 참조).
2)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말하고, 여기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첫째 피난행위는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어야 하고, 둘째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택하여야 하며, 셋째 피난행위에 의하여 보전되는 이익은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해야 하고, 넷째 피난행위는 그 자체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것을 요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도939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는 피고인의 주거지에 발생한 침수피해를 막고 이에 대한 피해 배상을 받기 위한 목적에 따라 아무런 대비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를 형법상 긴급피난 또는 정당행위로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의 주거지에 침수피해가 발생하자 피고인은 빌라 입주민들과 하루에 1시간씩 수도를 사용하기로 협의하였음에도, 일부 입주민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에 나아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의 주요 목적은 ○○빌라 입주민들로부터 침수피해 배상을 받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 피고인은 2022. 7.경 공소외 1에게, "공동배관 관련 설치 등은 피해 협의 후 동의할 수 있으며 피해 협의 없이 진행에는 동의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법률가의 조언에 따라 월요일 민사소송 없이 피해 협의 완료 시까지 단수조치 하겠습니다.", "변호사 조언에 따라 피해액이 약 500만 원 정도로 선임은 하지 않고 일단 월요일 단수만 진행하는 것으로 진행, 추후 입주자의 진행에 따라서 대응하겠습니다.", "동의 없이 노후배관 공사로 진행 시 그때 변호사 조언에 따라 전자소송을 진행하겠습니다.", "노후배관 및 세대별 공사 진행 시 본인 세대는 일단 피해 협의가 없으므로 동의하지 않겠습니다. 그 부분은 다른 입주자들과 협의하시기 바랍니다.", "금일부터 7. 17.까지 오후 7시~오후 8시 급수를 1시간/1일 진행하겠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증거목록 순번 2 참조). 위 각 문자메시지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공소외 1을 비롯한 입주민들에게 자신이 누수로 인하여 입은 피해를 배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피해배상을 받기 전까지는 단수조치를 할 것임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은 하루에 1시간씩만 수도를 사용하기로 입주민들과 협의하였음에도, 입주민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 ○○빌라 (호수 2 생략) 주민 공소외 1 은 ‘하루에 1시간씩 열어준다는 것을 처음에는 알지 못하였다.’, ‘1시간만 사용한다는 것은 물이 안 나와서 확인하니까 그 뒤로 피고인이 하루에 1시간씩만 열어주겠다고 해서 우리가 알았다.’고 진술하였던 점(공소외 1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요지 7, 8쪽), ⓑ ○○빌라 (호수 3 생략) 소유주인 공소외 2 또한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밸브를 잠그고 통보를 하였고, 입주민들이 하루에 1시간만 수도를 사용하는 것을 동의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던 점(공소외 2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요지 9, 10쪽 참조), ⓒ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보낸 "금일부터 7. 17.까지 오후 7시~오후 8시 급수를 1시간/1일 진행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에 의하면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단수 시기 및 시간을 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입주민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하루에 1시간씩만 수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한편 피고인 및 변호인은 당시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누수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에 나아간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앞서 본 문자메시지의 내용 및 당사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누수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에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 ○○빌라 입주민들은 수원상수도사업소의 지원을 받아 노후배관 공사를 하자는 취지로 피고인에게 제안한 것으로 보이나, 위 각 문자메시지의 내용 및 공소외 1, 공소외 2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제안에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공소외 2는 피고인이 5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피해 배상액으로 요구하였고, 이러한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 공사에 나아가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공소외 2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요지 16, 17쪽 참조)]. 피고인은 누수로 입은 피해에 대한 배상 협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노후배관 공사에 동의하지 않고, 노후배관 공사를 진행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입주민들에게 고지한 것으로 보이는바, 결국 피고인은 자신이 누수로 입은 피해 배상을 받기 전까지는 입주민들과 공동으로 배관공사를 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한편 피고인은 공용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함을 확실히 하고, 향후 제기할 손해배상소송에서 제출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후배관 공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임의로 수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② 이 사건 당시 피고인 주거지의 누수현상은 빌라 공용배관의 누수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사정을 피고인 또한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용배관의 교체 등 누수 방지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피고인 주거지의 누수현상은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없음이 분명하였음에도, 피고인은 입주민들이 노후배관 공사를 하자는 의견에 반대하며 일방적으로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는 피고인이 임의로 정한 기간(피고인이 언제까지 수도공급을 중단할 것인지 밝힌 바 없다) ○○빌라 입주민들에 대한 수도 공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으로서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한편 피고인이 침수피해를 겪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단수조치를 실시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나 단수조치 기간 등에 대해 입주민들과 상의하고 단수조치를 취하였어야 하고, 나아가 입주민들과 협의하여 누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이 입주민들로 하여금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에 대비하도록 조치하였다고 볼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고,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에 나아가기 전에 입주민들의 동의를 받았다거나 그들을 상대로 한 충분한 설득 절차를 거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와 같은 일방적인 단수조치는 긴급성과 보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판단된다.
③ 공용배관의 누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피고인이 계속하여 자신이 침수피해를 오롯이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피고인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는 입주민들의 생활근거지인 ○○빌라 전체에 완전한 단수조치를 강제하는 것으로서, 입주민들의 건강 및 보건에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누수로 인하여 입게 되는 피해의 심각성을 감안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수도불통행위로 인하여 침해되는 공동의 이익이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