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7. 8. 24. 선고 2007나341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관하여
가.
구 수산업법(1975. 12. 21. 법률 제28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8조가 어업권을 대부의 목적으로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적격성과 우선순위 등의 판단을 거쳐 자영할 의사가 있는 자에게 해당 수면을 구획·전용하여 어업을 경영하게 하고 그 이익을 제3자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수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목적 아래 마련된 어업면허제도의 근간을 유지함과 아울러, 어업권자가 스스로 어업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부재지주적 지대를 징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자영하는 어민에게 어장을 이용시키려는 데 근본 취지가 있으므로, 어촌계의 계원이 아닌 자로 하여금 어촌계의 사업을 이용시키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어촌계 명의의 어업권을 행사케 하고 그 대가를 징수하기로 하는 약정은 무효라 할 것이지만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다8174 판결 참조),
어장을 대상으로 한 공유수면매립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어업권자로부터 어장의 매립에 관한 동의를 받고 어장의 매립에 따른 어업권의 소멸을 전제로 그 피해를 보상해 주기로 하는 약정은 어업권의 행사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아니어서 구 수산업법 규정에 따라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원심은, 이 사건 제2약정이 원고가 이 사건 어장에 대한 공유수면매립공사를 진행하기 위하여 피고의 계원들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고 피고의 계원들로 하여금 이 사건 어장에 대한 어업권의 행사를 포기하게 하는 계약으로서, 이는 수산업법이 금지하는 어업권의 대부에 다름 아니어서 무효이고, 그 결과 이 사건 제2약정의 일부인 이 사건 어장에 대한 점유권양수도계약도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제2약정은 피고의 계원들이 이 사건 어장에 대한 어업권의 행사를 포기하는 취지에서 원고에게 이 사건 어장의 점유권을 양도하고 그 대가로 원고로 하여금
○○부락에의 진입을 위한 도로의 확장 등 부락에서 필요한 물적 설비를 하도록 하는 약정이라는 것이고, 한편 구 공유수면매립법(1986. 12. 31. 법률 제390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공유수면을 매립하고자 하는 자로 하여금 건설부장관의 면허를 얻도록 하면서(
제4조 제1항) 이를 위하여 어업권자 등 공유수면에 관하여 권리를 가진 자의 동의를 받도록 함과 아울러(
제5조 제1호,
제6조 제2호) 공유수면에 대한 권리를 가진 자에게 끼친 손실을 보상하거나 그 손실을 방지하는 시설을 하도록(
제16조)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제2약정은 원고가 피고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어업권을 행사하기로 하는 약정이 아니라 위 구 공유수면매립법에 따른 공유수면매립사업을 적절하게 시행하기 위하여 어장 매립에 대한 동의 및 피해보상을 약정한 것이고, 따라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약정은
구 수산업법 제28조의 규정에 의하여 금지되는 어업권행사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제2약정이 구 수산업법이 금지하는 어업권의 대부 약정과 다름 없어 무효라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수산업법 제28조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2. 제3점에 관하여
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라 함은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가 없는 때를 말하므로, 정지조건부 권리에 있어서 조건 미성취의 동안은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28822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5다2102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이 사건 제2약정에 따라 이 사건 어장의 인도를 청구할 권리는 채권적 청구권으로서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리고, 위 약정 체결일로부터 10년 이상이 훨씬 경과한 시점에서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어장 인도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제2약정 제3조는 “본 계약상의 각 조항은 원고가 시행하는 해당 구역 공유수면매립허가를 득한 후에 유효하기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어서, 이 사건 제2약정은 공유수면매립허가라는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어장에 관한 공유수면매립허가를 받았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제2약정에 기한 원고의 이 사건 어장 인도청구권은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못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의 위 인도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도 이유 있다.
다만, 원고는 이 사건 제2약정의 존재 확인을 구하고 있는바,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단순히 과거의 법률행위 자체의 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사건 제2약정에 기하여 이루어진 현재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인지 여부를 석명한 후 그에 따라 확인의 이익 유무 및 청구의 당부에 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임을 지적해 둔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양창수